변신하는 여자들 - 한국 근대 여성 지식인의 자기서사
장영은 지음 / 오월의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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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독자 리뷰단 활동의 일환으로 오월의봄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변신하는 여자들: 한국 근대 여성 지식인의 자기서사> (오월의봄, 2022)
@maybooks_05

"글쓰기 행위는 또한 여성에 의한 말의 장악을 나타내게 될 것이다. 늘 여성의 억압 위에 형성되었던 역사, 그 역사 속으로 여성이 요란스럽게 입장함을 알리게 될 것이다"(p23)

가부장제가 만연한 사회에서 한 여성의 서사는 개인이 아닌 여성의 것으로 축약되며, 그 과정에서 여성 개인이 살아온 경험과 맥락은 소거된다. 여성에게 기대되는 사회적 여성성을 준수하지 않은 여성들의 역사는 저항이나 도전 등의 역동적인 개념이 아닌 반항과 '네가 감히'라는 단어로 요약되고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함 있는', '완벽하지 않은' 수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역사를 끊임없이 발화하고 또 발화하며 존재를 드러내고 역사에 굵고 거친 획을 그어 왔다.

<변신하는 여자들>은 한국 근대사를 이끈 여덟 명의 여성 지식인이 펼친 자기 서사를 담아냈다. 당시 식민지 여성 지식인들에게 공적 영역에서 글을 쓴다는 행위 그 자체가 하나의 사상(p25)이었고, 8명의 여성 - 김일엽, 최정희, 모윤숙, 김활란, 임영신, 박인덕, 이화림, 허정숙 - 은 각자의 자기 서사를 담은 글로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목소리를 냈다. 이 책은 독립운동가, 친일파, 최초의 여성 시인 출신 정치인 등 이들에게 붙여진 명칭 자체를 넘어, 그 이름이 만들어지기까지 여성들이 일구어 온 역사적 과정에 주목한다.

상기한 여성들 중에는 독립운동을 했던 이도, 친일파로 변절한 이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여성이기에 더욱 가혹하거나 관대해야 한다는 이분법에 잠기지 않고, 그저 여성 8명의 역사를 담담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피식민지 국민이자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이중의 고통, 그 과정에서 각자가 선택한 길이 종교, 문학, 정치 등으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너무 달콤한 눈빛으로도, 싸늘한 시선으로도 바라보지 않고 그저 관망하며 식민지 여성들의 이야기를 역사의 중심으로 이끌어낸다.

공적 또는 사적인 결함이 있어도 그저 공적이 있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찬양받는 일부 남성 권력자들을 떠올리면, 이들과 달리 여성들 - 특히 존폐의 기로에 섰던 당시 한반도의 여성들이 얼마나 가혹한 평가를 받았는지 체감할 수 있다. 여성들은 이제 그만 '완벽하고 싶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혹한 심판대에 서거나 반대로 과대평가되고 싶지 않다. 그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로서 삶을 그려나가고, 끊임없이 변신하며 역사를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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