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윤석남 그림, 김이경 글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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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한겨레출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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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운동가' 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김구, 안중근, 윤봉길, 김원봉... 아마 매우 높은 확률로 '남성'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3초 안에 여성 독립운동가 3명을 말해보라. 유관순, 그리고...? 아마 몰라서 쩔쩔매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18년 교과서 기준 독립운동가 수록현황'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수록된 독립운동가 및 근현대사 인물 208명 중 여성은 7.7%인 16명에 불과하다. 여성이 독립운동에 열과 성을 다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다. 그간 우리 사회가 여성의 행보를 기록하는 일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는 여성들의 발자취를 좇아 기록 그리고 기억으로 남긴 유의미한 책이다. 김이경의 글과 윤석남의 그림으로 1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우리 앞에 다시 등장했다. 글과 함께 각 인물의 초상이 수록되어 있어 이들과 눈을 맞출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정체성을 '독립운동가'를 넘어 '인간' 그 자체로 그리기 위해 1인칭, 3인칭,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을 차용한 섬세함 또한 보여준다. 인물별 이야기가 길지 않고 스토리텔링 형식이라 술술 읽을 수 있어 더더욱 추천.


 책은 '세상에 외친' 여성 7인 그리고 '전선에 선' 여성 7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간 우리가 생각했던 여성 독립운동의 이미지 - 남성들에게 밥 해주고, 옷 입히고, 후방에서 지원하는 - 를 완전히 타파한다. 독립운동 역사에서 여성은 늘 주인공이었다. 가령 강주룡은 고무공장 파업을 이끈 이후 해고되었고 자결을 결심하여 12m 높이의 을밀대로 향하지만, 결국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자는 일념으로 '노동 해방, 여성 해방'을 외치며 한국 최초의 고공농성을 펼친다. 남자현은 수차례의 단지(斷指)로 조국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사이코 마코토 등 일제 인사를 처단하는 거사에 참여하는 무력 투쟁을 이어간다. (더 많은 인물들이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 보시라.)

 

 여성 독립운동가는 무언가 특별한 구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강주룡은 말한다. "조선에서 어떻게 하면 투사가 안 되고 살 수 있습니까?"(p43) 그만큼 여남을 막론하고 수많은 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발 벗고 나섰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억하는 여성들이 현저히 적다는 것, 그 사실에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3월 1일 삼일절, 3월 8일 여성의 날. 두 날을 함께 기리며 이 책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여성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이렇게 생생히 따라갈 수 있는 책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는, '여성 독립운동가'를 묻는 질문에 더 이상 벌벌 떨지 않는 당신이 되길. 그리고 앞으로도 싸우는 여자들을 기억하고 더 많은 여성들이 역사에 기록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해 주길.


*이 글은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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