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터의 고통 을유세계문학전집 3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현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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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번역이 마음에 들어 이 번역본을 골랐다. 널리 퍼진 오역을 제목으로 채택하면서도 양질의 번역을 제공하는 책들도 있다고는 하던데, 어쨌거나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본문도 잘 번역되어 있기에 운좋게 좋은 번역본을 골랐다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주제는 제목처럼 고통(주로 실연에 의한)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가장 감명을 받은 건 베르터의 광기다. 특히 롯테의 약혼자와 자살을 주제로 궤변을 해가며 논쟁을 하는 부분은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할 만하다.

등장인물들이 추상적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내가 느끼기엔 별 것 아닌 듯한 이야기를 듣고 상대방을 당장이라도 죽일 것처럼 격노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간혹 나온다. 파우스트에서도 이런 장면이 제법 나오는데 그 당시 문학에서의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원래 그런 것인지, 독일 문학의 특징인지, 괴테의 문학의 특징인지는 나로서는 아직 알 길이 없다. 앞으로 많은 책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않을까.

한편, 괴테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시적 표현들은 나는 읽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이 사람이 쓰는 글들의 대부분이 그런 것들임을 생각해보면 나는 괴테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번역이 와닿지 않아서 그런 건가? 다른 사람들은 어떨 지도 궁금하다. 독일어 원문을 읽은 독일인들의 생각이 가장 궁금하다.

비록 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들, 문장들, 표현이 제법 있긴 했지만 이 책은 무척이나 재밌었고 덕분에 독서에 취미를 붙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나중에는 이 책이 내게 있어 아주 특별한 책이 되지 않을까? 나중에 책을 많이 읽고, 많은 문장들을 접한 뒤에 이 책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언젠가 독일어를 공부한 뒤 원서로 읽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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