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 우리문고 10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이경옥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4월
품절


이젠 참을 수가 없었다. 마구 울고 싶어졌다. 걱정해 주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마구 나왔다.-64쪽

운동장에 줄지어 선 육백 명의 학생들.
모두 똑같이 하얀 셔츠에 감색 치마나 바지를 입고,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육백 명이나 정렬해서 가만히 서 있다.
한순간 육백명이 다 똑같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있을 뿐 복제 인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실은 다 다르다. 내가 이렇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처럼 저 육백 명의 학생들도 머릿속으로는 저마다 다른 걸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누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떤 기분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 저기에는 육백 가지의 생각과 기분과 고민이 있다. -74쪽


"끊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 자꾸만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구. 마구 지껄여 대고 같이 맞장구치는 데도 이젠 지쳤어. 그런데 그렇게 해야만 했지. 그런 걸 강요당했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시당하거나 뭐, 여러 가지가 있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127쪽

역까지 반쯤 걸어왔을 때였다.
셔터가 내려진 낡은 빌딩 뒤에서 사람이 나왔다. 눈앞에서 아줌마가 슥, 옆으로 지나갔다.
나는 멈춰 섰다.
파마를 한 머리는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원피스도 초록색이었다. 초록색 스타킹에 초록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아줌마는 빌딩과 빌딩 사이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쫒아가자!)
순간 생각했다.
하지만 내 발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
(이젠, 끝! 앞으론 스스로 하는 거야!)
나는 걷기 시작했다. 역을 향해서 곧장 걷기 시작했다.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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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형 우리문고 10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이경옥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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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깔끔하게 읽힌 책이다.

초등학교 때 집단왕따를 당한 주인공이 중학생이 되며 세운 생활규칙,  첫째, 쿨하게 살기, 둘째, 친구사귀지 않기다. 주인공 나는 우연히 만난 가짜 초록아줌마에게  일상의 일들을 나누며  자유를 누리는 것 같다. 그러나 주인공은 초등학교 때 당한 왕따를 지금까지 겪고 있었다. 밤마다 집단왕따를 당하던 꿈을 꾸고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집에 전화를 하곤 끈어버리는 행동을 하지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가짜 초록아줌마, 사라와 만남을 통해 주인공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자기를 도와준 사라는 주인공을 통해 숨겨둔 자기의 고통을 드러내고 해결해 나가게 된다. 

주인공 나와 사라는 서로에게 초록아줌마가 되었다. 아픈 사람끼리 보둠어 상처를 치유하는, 그래서 이제는 스스로 설 수 있는 내가, 나 자신의 초록아줌마가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지금 내 옆에 쿨!한 사람의 마음속엔 차마 드러내지 못한 고통이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잘 알기에 오히려 자기의 고통을 털어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짐을 다 털어놓고 자유롭고 싶을 때가 있었다. 어떤 평가도 비난도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사라가 아무말 없이 받아준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이젠 끝! 앞으론 스스로 하는 거야!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더 잘 전해준다. 다른 이야기와 별다를게 없을 것 같은 성장소설이지만 조금, 맛이 다르다. 신선한 야채 샐러드를 씹을 때의 그 신선한 맛, 아삭아삭한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상큼한 이야기다.  단숨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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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돌개바람 7
앤 카메론 지음, 김혜진 옮김, 토마스 B.앨런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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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가을빛이 화사해서 도서관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2학년 아이들 수업준비를 위한 책읽기 였습니다. 산파블로의 아름다운 전경을 묘사한 부분은 눈을 감고 상상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한문장 한문장 읽어가면서 밑줄을 긋고 가슴에 새겨지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담담한 듯하나 부드럽고 강인한 할머니의 사랑과 슬픔을 이겨내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가는 후안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내가 떳떳할 수 있는 곳, 내가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곳, 내가 아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게 하는 그곳이라고 말합니다.  마지막 문장을 읽은 후 내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우리 가정임을 알았습니다.우리 가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깨달음에 세상이 달라보였습니다.  

 거실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쓴 액자를 걸어두려 합니다. 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사는 지수, 서영, 재영이에게 이 책을 선물 하려합니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과 어른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정, 학교, 직장, 만남의 공간에서 살게 되길 간절히 바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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