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쓸모』, 이승희, 북스톤
2020.11.10.
숭님의 인스타를 팔로우해서 보면서 전 배달의 민족 마케터였고, 현 두낫띵클럽을 결성해놓고 이것저것 재밌는 일을 많이 하면서 지내고 있는 분이라 생각했다. 숭님의 활보는 내 이상과 닿아있는 부분이 있었기에, '저렇게 살고 싶다'는 표본, 즉 롤모델이기도 했다. (그의 삶 자체라기 보다는 재밌기로 유명한 기업의 마케터였고, 그 뒤로의 재밌고 자유로운 삶의 태도 등이) 게다가 항상 부채를 느끼고 사는 '글쓰기', '기록'에 관한 책을 냈다고 하기에 독서모임 책을 사며 함께 구매하고 말았다.
그의 기록의 시작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였고, 점점 확장되어 그의 생각을 넓히고 '나다움'을 발견하기 위한 과정이었기에 이 책에서도 인간 '이승희'의 냄새가 물씬 났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신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안다. 그리고 타인들이 제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 그의 이 일련의 기록들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책 속에 남겨진 이전의 기록과 그에 대한 코멘트는 내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고, 또 꾸준히 쓰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오랫동안 벼르던 바인더 노트를 구매했으며, 평소 같으면 미뤄두었다가 이내 기억 너머로 사라져 버렸을 두 가지 소감을 적기도 했다. (영화 <삼진그룹 토익반> 후기와 도서『기록의 쓸모』후기)
작가는 도구를 가리지 않지만 본인에게 '쓰는 맛'을 주는 도구가 따로 있으며, '쓸 맛'을 알 때 '기록체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나는 오랜만에 종이 노트에 볼펜으로 기록을 하면서 이것이 내게 글 쓸 맛을 주는 기록법이란 것을 깨달았다.
이 도구는 내 생각의 속도와 기록의 속도를 꽤나 실시간으로 맞춰주어서 내 본연의 느낌이나 생각을 보여주기에 좋은 것 같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자국이 남는 것을 보는 기분도 꽤나 즐겁고. 키보드로 와다다다 써낼 때는 크게 생각하고 쓰는 편이 아니라서 본연의 생각은 맞을 테지만, 생각을 쓴다기보다 뇌에서 아무 글자나 뱉어내는 느낌에 가까운 것 같다.
이렇게 어려움없이 써낼 수 있으면서. 생각해 보면 학교 과제로 글을 써낼 때도 빠르게 나름 양질의 글을 써낼 수 있었는데. 나는 왜 글쓰기를 두려워하게 된 것일까? 개인적으로 써내려간 글들이 모두 마음이 힘들 때 써낸 것들이라서? 아니다. 감사일기나 긍정적일 글들도 꽤나 있었다.
진짜 쓰고 싶어서가 아니가, 써야 하는 글이어서. 그런데 강제는 아니어서, 꼭 써야만 하는 글은 아니어서. 그런데 또 잘 쓰고 싶어서… 그래, 마냥 '글을 잘 쓰고 싶어해서'는 조금 부족하다.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이렇게 글을 잘 쓴다고, 보여주고 싶어서. 과시하는 글을 쓰고 싶어서.
내가 지금까지 쓰려고 했던 글에서 나는 나를 보려고 한 게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야.'하고 남에게 보여지고 싶어했나 보다. 그리고 스스로를 들여다 보며 솔직하게 써내려가는 이 글은 막힘없이 술술 써지고 있다. 이건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이면서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이다. 잘 쓸 필요가 없고, 솔직하면 그만이다.
도서에 대한 서평이 나와 나의 글쓰기로 번졌다. 이런 생각을 불러 일으킨 것이 이 책의 쓸모, 내 기록의 쓸모다.
과거의 기록 옮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