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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평점 :
1923년 9월 1일. 리히터 규모 7.9의 일본 관동대지진이 시작된다.
일본은 폐허가 되고, 건물이 무너지고 각 가정에서 밥을 짓던 불은 목조 주택을 금새 삼키고, 옮기고 옮겨 온 도시가 불바다가 되었다.
조센징이 우물에 독을 타고, 여자를 겁탈하고, 복수로 일본인을 죽였다는 발없는 소문은 바람에 실리지도 않았는데 하루만에 펴져 온 나라를 들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본의 평범했던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조선인을 쥐잡듯 찾아 죽였다.
비단 학살은 조선인 만을 향하지 않았다. 중국인, 자국민의 장애인, 부락민, 여성, 동물 그리고 어린이까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면 같은 일본인까지 조선인으로 몰아갔고, 죽였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사람을 죽였다. 약자가 약자를 착취하고 공권력이 이를 독려하며 끝내 덮어버린 사건. 전례 없이 공문서가 없는 사건이었다. 제국주의 폭력이 모두의 일상으로 내려와 공공연해졌으나 악행은 처벌받지 않았다. (124)
달출의 아버지는 더 약한 자에게 쏟아지는 폭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무너진 공권력은 전쟁을 낳는다고 했다. 그곳은 이미 전쟁터였다. 단 하룻밤 사이, 무법 지대 속에서 물리적인 힘이 한정된 식량을 독점하는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올랐다.
어디서나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더라고, 말한 달출의 어머니에게 달출은 묻고 싶었다.
근데 어머니, 사람을 벌레처럼 죽이는 것도 어디서든 똑같이 일어나는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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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아시아 홀로코스트 진상 규명 위원회의 100년전 지진의 현장을 가는 프로젝트에 한국인 민호와 일본인 다카야가 참여하고, 민호는 조선인 ‘마달출’의 사흘간의 행적을 관찰하고, 다카야는 ‘마야와키 다츠시’의 행적을 관찰하는 임무를 받아 출발하면서 시작된다.
민호는 100년전 일본에 가면 자신이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대피시키려 하고, 살리려고 한다면, 다카야는 자기의 증조할아버지도 히로시마 피폭 피해자라며 본인도 전쟁의 피해자라 하면서도 일반인들의 살육은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
본인의 안위가 중요한 것이다.
240. 근데 조센징은 어떻게 생겼어?
도깨비처럼 생겼어?
뿔이 있대?
…
더럽고 냄새나고 못생겼고 화를 내고 있고 폭탄을 들었대.
일본인들을 죽이고 다니느라 온몸이 피범벅이래!
아이들은 순수하게 무자비했다.
네 아이는 곧 집으로 돌아가 어른들의 은폐로 비호받을 것이고 죄의식을 배울 기회를 놓칠것이며 죄악을 합리화하는 방법을 먼저 배울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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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 이 생각났고, 그들이 은폐하려는 일들에 화가났다.
그들이 은폐하려 했던 일이 한두가지였던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rabbithole_boo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