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 세상과 나를 발견하는 순간
사이하테 타히 지음, 오이카와 겐지 그림,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치 그림 속에서 우리가 튀어나온 듯, 우리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 듯 익숙한 모습을 다각도로 표현한 다정한 그림체가 정겹다.

 

아기와 엄마는 그 둘이 함께라면 그 곳이 어디가 됐든 상관없는 듯 평온한 표정이다. 나도 저런 표정을 지은 적이 있다. 이 조그마한 생명체가 내게 모든 걸 내맡기고 기대어 있을 때 나는 무서운 산짐승이 다가와도 이 아이는 꼭 지켜 내리라는 상상을 하며 혼자 결의에 차기도 한다. 아마 그림 속 엄마도 평화로운 표정 뒤에 무릎 위 저 작은 아기를 땅 위, 하늘 아래 그 어디에서건 보호하겠다는 굳은 각오가 새겨져 있을 것이다.

 

해가 뜨고 지난 밤 잠을 뒤척이는 너를 달래느라 아직 눈을 뜨지 못하는 내 곁에서 너는 조용히 햇살을 맞으며 너의 세상이, 새로운 하루가 어서 열리길 기다린다. 내가 눈을 뜨면 기다렸다는 듯이 배시시 웃어주는 너의 미소에 내 하루는 1/3 정도 녹아내리고 시작된다.

우리는 항상 같은 온도와 습도 속에 있다. 하루 종일 너와 내가 가장 멀리 떨어진다 해도 불과 몇 미터 남짓이다. 동네를 누비며 몰랐던 샛길을 발견할 때도, 꽉 들어찬 단풍 속에서 가을과 겨울 사이 냄새를 맡을 때도 우리는 항상 함께이다.

    

내 심장소리에 안정을 느끼는 유일한 존재. 내 품에서는 그 어떤 낯선 존재가 다가와도 견딜만해 보인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우주가 되었다. 나는 너로 인해 세상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고 너는 나로 인해 세상이라는 곳에 손을 뻗는다. 그래서 너와 내가 있는 평범하기 짝이 없고 제자리를 자꾸만 벗어나는 물건들로 인해 어수선한 이 공간을 하루 몇 번이고 사랑스러움이 점령한다.

이 네모난 책의 그림 몇 장이 그림이 나를 이만큼 둥글게 만들었다. 몇 자 안되는 글자에서 수 만 가지 생각과 우리의 모습을 끄집어냈다. 우리 함께 그림책을 보며 이야기 나누는 날도 금방 오겠지.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등그림책 #여기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