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뇌 사용법 : 나를 치유하는 뇌 새로운 뇌 사용법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하정희 옮김 / 북스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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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하지만 막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모른다. 회사에 다닐 땐 더 그랬다. 평일 내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을 주말이 되리라 수백 번 다짐하면서 막상 금요일 밤이면 내일 어디 갈지, 뭘 볼지 검색해보느라 바빴다. 우리의 하루는 휴대폰 불빛이 꺼질 때 비로소 끝이 난다. 하지만 눈을 감고도 생각은 끊이지 않는다. 지금 누우면 몇 시간 잘 수 있는지 계산하면서 내일 입고 갈 옷이 날씨에 맞지 않을까 약간의 걱정도 곁들인다. 오죽하면 멍 때리기 대회가 여기저기서 열릴까. 현대인들에게 뇌를 멈추게 하는 일은 대회 참가라는 명분이 있어야지만 가능한 일이 되었나보다.

 

 

우리가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내맡겨진 채로 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커다란 세상을 손 안에 쥐고 다니면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감정은 자주 불편해진다. 선택은 복잡해지고 결제는 쉬워졌다. 단순히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에서 더 나아가 이것이 홍보를 위한 과장된 후기인지 구별해내야 하고 비슷한 가격대지만 조금 더 나은 혜택의 구매처를 골라내는 과정은 때로 피곤함을 동반한다. 선택과정에 들었던 오랜 시간이 원터치 결제로 마무리될 때는 약간 허무하기도 하다. 바쁜 눈과 손가락 덕에 뇌는 휴식시간을 가지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매순간 판단의 기로에 놓여 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선 무심한 경향이 있다. 어련히 알아서 잘 있겠거니 지레짐작하고 별 신호를 보내지 않는 이상 안심하고 산다. 겉으로 난 상처야 자꾸 보고 신경 쓰면서 회복이 잘 되고 있는지 판단이 가능하지만 속에 난 상처는 날 잡고 마음먹고 보지 않는 이상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다 문제가 생긴 후에 인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는 언제 어디가 아플지 예측할 수 없기에 평소 영양제를 챙겨먹거나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려 한다. 그게 아니라면 기쁨, 웃음, 호기심, 이타심, 공유, 사랑, 우정, 느긋함 등의 감정과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것이 좋다. 긍정적 감정을 많이 느끼는 것이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을 높이는 것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27p) 물론 전자보다 쉬운 방법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어떤 질병도 약물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식생활 개선이나 운동치료, 심리상담 등 복합적인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훨씬 치료에 효과적이다. 정신과 몸은 완전히 포개어지는 하나가 될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을 서로 공유하는 관계다. 정신이 피폐하면 건강을 지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기가 어렵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정신이 맑은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어느 하나에 우선순위를 두려 하지 말고 정신과 몸이 사이좋게 협동해서 지나친 스트레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작가는 정신과 몸의 건강을 위해 명상, 단식, 음악, 놀이 등 생활방식의 변화를 소개했다. 그 중 책과 독서가 우리의 황량한 뇌의 궁전에 불을 밝히는 것’(173p)이라는 부분에 완벽하게 동의한다. 글을 읽다 머릿속 어딘가에 스며들어있던 기억들이 슬며시 떠오르기도 하고 가슴 한켠 어두웠던 방에 불이 켜진 경험이 많아서다. 읽으면서 공감하고 쓰면서 치유하는 언어의 마법은 앞으로도 꾸준히 나와 함께 할 것이다. 그것이 나를 치유하는 방법이니까.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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