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금리책
장태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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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그냥 하면 안 되는 것 인줄 알았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경제전문가 또는 패가망신과 함께여야 어색하지 않은 단어라고 생각했다. ELS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내 친구는 은행원의 권유로 홍콩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변동되는 ELS상품에 가입했다가 원금이 반 토막 나 은행창구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투자에 대한 맹목적인 두려움을 가진 건 안정성을 추구하는 조심스러운 내 성격과 가까운 지인의 실패경험, 그리고 금리=이자율이상의 의식의 흐름을 거부한 기초지식의 부재 때문이었다.

 

맘카페에는 장 봐온 물건들을 펼쳐놓은 사진과 만원 정말 쓸 것 없네요라는 글이 가끔 올라온다. 여기서 돈 쓸 것 없다물가가 비싸서 몇 개 안 집어도 무려 이만큼의 액수가 나와요라는 말이었고 물가가 비싸진 이유는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이 많아져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임을 이제야 알았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가 살 수 있는 물건의 수는 정해져있고 돈이 많이 풀렸다면 물건 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금리가 올라가면 사람들이 이자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대출을 쉽게 받지 못한다. 그러면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지 않게 되어 결국 물가가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금리와 물가는 서로 영향을 미치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집 매매 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제껏 살면서 눈으로 볼 수 없을 금액을 몇 장의 서류로 빌리는 비현실적인 일을 치르는 와중에 유일하게 확신을 가졌던 순간이었다.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내릴지 오를지는 생각해 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무조건 고정금리여야 했다. 이유는 하나. 그저 변동이라는 글자의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고정금리는 금리변동의 리스크를 은행이 지는 셈이어서 변동금리보다 금리수준이 높은 게 일반적(137p)이라는 사실도 지금에서야 알았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고정금리를 택할 것 같다. ‘고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 때문이랄까. 사람 쉽게 안변한다.)

 

책에서 예시로 들었던 하나은행 5%대 적금은 나도 들었었다. 30만원씩 1년을 넣어 이자로 8만원 정도를 받았다. 그런데 얼마 전 24,000원대 주식을 단 4주 가지고 있었을 뿐인데 며칠 지나지 않아 수익률 50%49,260원의 수익을 실현했을 때(초심자의 운이었다) 적금 이자율의 미미함이 재조명되며 충격을 받았다. 주식에 가졌던 편견이 나의 잔고를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었다. 은행이자가 거의 없는 수준임을 인지하면서도 유휴자금을 방치했다는 사실이, 그 지나온 기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장기적으로 원금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는 배당주에 투자를, 단기적으로는 레버리지 투자를 시작했다. 아깝게 흘려보낸 시간들을 보상받고자 과감하게! 호기롭게! 함께 투자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이좋게도 함께 물려있다. 오랜 시간을 버텨나가야 할 것 같다.

    

 

천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를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113p)

주식 투자로 전 재산을 탕진한 뉴턴의 명언이다. 저 문장에서 돈 복사기’, ‘돈 파쇄기라는 말이 난무하는 코인시장이 떠올랐다. 24시간 쉬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실체 없는 어떤 것들을 향해 바쁘게 움직이는 눈과 손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어쩐지 슬프다. 시도 때도 없이 주식어플을 들여다보며 조바심을 내는 내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침 재테크에 관심이 있던 지금 시기에 내가 하려는 것이 투자인지 투기인지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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