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하지 않고 행동 수정하는 ABA 육아법 : 문제행동편 - 행동분석전문가가 Q&A로 알려주는 문제행동 중재 방법
이노우에 마사히코 지음, 조성헌 그림, 민정윤 옮김, 홍이레 감수 / 마음책방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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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8개월을 맞이하는 나의 아기는 아기 새처럼 입을 쫙쫙 벌려 남김없이 이유식을 받아먹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부턴가 2cm 남짓 되려나 싶은 그 조그만 입을 벌리게 하려고 식사 시간마다 재롱잔치를 벌이느라 진이 빠졌다. 하도 안 먹으니 슬슬 걱정이 되던 차 울음이 터진 아이의 입 안에서 보얗게 올라온 아랫니를 발견했다. 그것도 모르고 벌써부터 떼를 쓴다며 이유식 거부라는 문제행동으로 단정 지을 뻔했다. 아이는 입 안 새 식구를 맞이하느라 홀로 불편함과 싸우고 있었는데 억지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밀어 넣으려고 했던 내 모습이 스쳐가면서 미안함이 밀려왔다.

    

 

문제행동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방해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자신의 만족을 위한 독특한 습관은 문제행동이 아니다. 비록 이유식 거부라는 명목으로 문제라는 프레임을 씌웠지만 돌이켜보면 아기는 제 나름대로 확실한 의사표현을 하고 있었다. 지퍼를 채운 듯 앙 다문 입술은 굳건했고, 내 재롱이 우스울 때도 입술을 꼭 닫은 채 웃었다. ‘이가 나고 있어 컨디션이 별로니 밥은 그만 먹고 싶어요라는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표현이었다. 아이의 연령, 행동 장소, 행동 대상 등 상황에 따라 문제행동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저건 그저 아기의 성장과정에 대한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에 불과했다.

 

혹여 진짜 문제행동이라 의심된다면 상황/계기(선행사건), 행동(행동), 대처 상황과 다음 행동(결과)’을 구분하여 기록해보아야 한다. 이러한 행동관찰시트는 문제행동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처가 적절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또 이 기록을 통해 문제행동에 대한 접근 방향과 행동 중재에 대한 공통적인 기준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양육자가 여러 명인 공동육아의 경우 문제 행동에 대한 일관적 대응을 논의하기에 유용하다.

 

엄마라는 이름이 처음이라서 언제까지 서툴기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펼친 이 책은 아이를 더 많이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 아이의 표면적인 행동만 보고 하지마라는 금지어는 당장 내뱉을 수 있지만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세세히 오랫동안 아이를 관찰해야 한다. 아이가 어디를 바라보며 어떤 단어로 켜켜이 쌓인 속마음을 내비치는지 말이다. 아이가 보낸 신호를 읽었다면 다음을 기억하고 실천하자.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숫자와 행동으로 알려주기, 긍정적인 지시로 간결하게 전달하기, 시각자료 활용하기, 여러 개의 지시를 나누어 쉽게 전달하기,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아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

 

 

우리가 그냥 지나쳐가는 수많은 평범한 나날들에도 아이의 마음엔 조용히 이유 있는 생채기들이 생겨날 수 있다. 어느 날 아이가 하지 않던 행동을 한다면 부모의 관심과 아이의 마음을 최대한 겹쳐 문제행동을 붕 떠올려야 한다. 매직아이로 볼 수 있는 제3의 그림처럼 말이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빠르게 발견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과 어쩌면 그것이 부모 행동의 투영일 수도 있음을 우려해보는 것도 부모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생명의 탄생과 성장은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하루도 빠짐없이 경이롭다. 어제와 같은 상황에서 오늘은 생각지 못한 행동을 하는 아이를 보며 아이도 나도 조금씩 커가고 있음을 느낀다. 누군가의 행동을 수정해 줄 의무가 있음에 어깨가 무거워진 부모라면 바람직한 행동을 교육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책이라 확신한다.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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