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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으로 일주일 반찬 만들기 - 요리 초보도 쉽게 만드는 집밥 레시피
송혜영 지음 / 길벗 / 2020년 6월
평점 :
보통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고 나면 책꽂이에 가기 마련이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나 무슨 내용이었는지 가물가물하거나 다시 읽고 싶을 때가 되어야 손에 닿게 되는데 이 책은 배송 받은 그 날부터 식탁에 두고 매일 뒤적였다.

요리 프로는 나랑 안 맞았다. 흔하다는 식재료는 우리 집 냉장고에 있을 리 만무했고 정말 집 밥과 어울리는 반찬들은 쉽게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에는 바로 냉장고 파먹기에 돌입할 수 있는 무난, 평범, 익숙한 식재료와 반찬구성으로 짜여져 있어서 시간도 돈도 절약되는 최고의 지침서였다. 특히 나 같은 요리 극초보에게.
내가 느낀 이 책의 장점은 이렇다.
1.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 대부분은 사진으로 6컷을 넘지 않는다. 한 페이지 안에 하나의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와 이렇게만 하면 내 손으로 만든 반찬이 생기는거야?’하는 자신감 상승은 덤이다.
2. 한 번의 재료구입이 하나의 요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재료로 재탕, 삼탕 다른 요리가 가능하다. 식재료를 활용하는 범위조차 생각해내기 어려운 초보들에게는 정말 경제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3. 휴대폰으로 영상이나 블로그를 보는 것보다 한 번 펼쳐놓은 책이 훨씬 보기 편하다. 이건 개인적인 성향차이겠지만 물 묻은 손을 닦아가면서 휴대폰을 만지는 것 보다 그냥 펴 놓은 책을 오다가다 힐끗 보면서 따라하는 게 편했다.
4. 계절별 집 밥에 어울리는 반찬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제철 재료를 놓치지 않는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상차림이 가능하다. 이 맘 때 쯤 엄마가 해주셨던 반찬을 이제는 내 손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5. 장보러 가기 전 며칠 동안 먹을 반찬, 소비할 수 있는 기간을 미리 생각하고 가기 때문에 충동구매가 적다. 사실 막상 마트에 가면 갑자기 해먹고 싶은 것이 생기기도 하지만 기존에 남는 재료들을 처분 못해서 음식물 쓰레기가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당분간 이 책에 충실하면서 재료의 수명, 소비기간과 양을 조절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위에 적은 내용들은 내가 ‘요리 찐 초보’였기에 가능한 감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책에 나오는 완성된 사진과 다른 비주얼일지라도 내가 이 반찬을 만들어보았다는 성취감이 더 맛있을 진정한 초보 말이다. 내 손으로 만든 반찬들이 반찬통에 담겨져 냉장고 속으로 들어갈 때의 뿌듯함, 다음 식사 때 꺼내 먹을 새로운 반찬이 있다는 것에 설렐 수많은 요리 입문자들에게 단비 같은 책이다. 내가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대비 굉장히 보람찬 일이니까. 책을 받은 첫 주에 오이냉국, 무나물, 상추겉절이, 돼지고기고추장볶음을 해먹었다. 남편에게 이 책 목록을 보여주면서 여기 있는 것 전부 할 수 있으니 먹고 싶은 것 체크하라고 큰소리 쳐놨으니 욜로리아님의 다음 책이 96가지 목록 섭렵 전에 꼭 나오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