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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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그 어떤 순간에도 언제나 혼자다.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촉수로 다른 생명체와 교감하는 것이 아닌 이상 나의 생각과 감정을 100%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같은 언어를 쓰지만 때때로 내 마음을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언제나 속 깊은 곳에서 미처 꺼내지 못한 말들과 감정의 응어리들이 조금씩은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적당한 기회에 이 잔여 감정을 소진하지 못한다면 우울이라는 웅덩이에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그 웅덩이를 빠져나갈 수 없는 늪이라고 생각하느냐,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마른 땅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함께라는 부사에 달려있다. 당신이 지금 웅덩이 근처에 서성이고 있거나 발을 담그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 세 가지만 생각해보자.

첫째, 당신이 우울에 빠지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은 타인의 경험과 공통분모를 가지는가?

둘째, 스스로 고립되지 않도록 당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는가?

셋째, 당신의 감정에 공감해 줄 수 있는 대상이 한 명이라도 있는가?

 

혼자가 아닌 시간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만들어나가야 한다. 저 세 가지 물음 중 한 가지라도 충족이 된다면 우리는 용기 내어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 그깟 웅덩이쯤 박차고 나올 수 있다. 혹시 너무 오래 지나버리면 나 스스로 더 깊이 파고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되도록 빨리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아무리 큰 두려움도 맞서는 거야 / 아무리 힘든 문제도 털어놓는 거야 / 아무리 사소해도 인정하는 거야 / 침묵할수록 소란은 계속돼 / 외면하면 사라지지 않아 / 퍼져나가 삶을 송두리째 흔들지_54p

 

타인에게,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들을 보면 의외로 시작은 사소한 것인 경우가 많았다. 잠깐의 서운함, 그 변화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오해가 커지면서 점차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리 없다고 단정 짓고 갈등상황을 외면하며 점차 소통의 의지마저 꺾는 것은 스스로를 고립하는 지름길이다. 글로, 말로 나누자. 우린 누구나 외롭고, 우울한 구석을 숨기며 살고 있다. 당신의 고백이 어쩌면 그들에게도 반가운 소통의 물꼬를 터주는 것일 수도 있다.

 

내면의 소란스러움, 그것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무언가를 터놓음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함께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나도 누군가의 웅덩이를 들여다 봐줄 수 있길, 그 웅덩이에서 얼른 나올 수 있도록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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