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조심! 인종 차별 해요 라임 어린이 문학 32
오드렝 지음, 클레망 우브르리 그림, 곽노경 옮김 / 라임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현관 앞에 나타난 길 잃은 개 한 마리. 이웃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소문하지만 주인을 찾지 못해 결국 마엘의 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미누라는 이름의 이 개는 흑인만 보면 으르렁 대며 적대심을 보여 마엘의 가족을 곤경에 빠뜨린다. 미누의 경계심에 어떤 이유가 있어서인지 가족들의 걱정과 고민이 날로 커져가는데...

    

 

세상에 사람의 인종을 따져가며 차별하는 개는 없다. 미누가 흑인을 보면 보이는 특정 행동에는 마엘의 집 현관 앞에 버려지기 전 어떤 주인을 만나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이유로 버려지게 되었는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혹여나 자신에게 가혹하게 대했던 주인이 흑인이었고 버림받는 과정에서 트라우마가 생겼다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적대시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 아마 전 주인이 백인이거나 동양인이었다면 경계하는 대상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사실 차별은 사람들의 본능이기도 하다. 강대국, 선진국이라 칭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을 은연 중에 동경하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한다. 약소국, 후진국은 어디에 붙어있는지 관심조차 없고 그들의 문화를 미개하다고 인지하는 경우도 많다. 피부색이 주는 특권을 막상 우리도 경험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카티 고모는 미누의 엉덩이를 후려쳤고 엠마 아빠는 잃어버린 미누를 찾지 못하면 새로운 품종으로 사주겠다고 했다. 마치 소모품인양 기분에 따라 학대하고 잃어버리면 쉽게 구매하는 행위들 역시 인종 차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인 노동자를 입맛대로 부리는 양심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미 뉴스에서 많이 접해보았을 테니까.

 

편견이 생기는 시간은 굉장히 짧다. 유럽여행 중 팔찌 강매를 당하는 5, 트램에서 내 가방에 손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눈이 마주쳤던 3초 만에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의 샘이 충분히 솟아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그 순간을 지나보니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 팔찌, 코끼리 장식품 등을 가방에서 자꾸만 꺼내던 그 사람은 그 와중에도 자기나라의 가난함을 이야기했었고, 소매치기를 시도했던 그 사람은 굉장히 앳되어 보이는 소녀였으며 아기를 안은 동행자도 함께였다. 그냥 나와 같이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확립하는 것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경험으로 치고 넘기기에는 그 사람들을 평생 나쁘게, 가볍게 기억할 것 같아서.

 

 

인종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말라는 문구처럼이나 익숙하다. 우리 모두 같은 피부색을 가졌더라면 인종 차별이라는 단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까. 어떤 이유에서건 차별은 부당한 것이며 마음의 우울을 유발한다. 그저 한 겹 걸친 가면일 뿐인 피부색 따위 상관없이 사람 대 사람으로 진심을 나누는 세상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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