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너나들이 리커버 에디션)
김상현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누구나 눈을 감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의 일생이 행복한 삶이었다고 회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선뜻 체감되지 않는 그 찬란한 순간의 보람을 위해 매일의 다짐을 새로이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저 흘러가는 내 선택들이 마침 행복노선을 탄 것이기를, 그렇게 모이고 모인 일상들이 따뜻한 결말을 만들어내기를 막연히 바랄 뿐이다.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어떤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고, 어떤 결정을 하며 살아왔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 마지막 길을 배웅해줄 누군가가 궁금하다면 거울을 보듯 자기 자신을 찬찬히 살펴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람의 얼굴에는 각자가 지내온 세월이 녹아있으니까.

 

타인의 불행을 나의 행복의 기준으로 삼지는 않았는지, 타인의 시선과 결정으로 내 선택을 재단하지는 않았는지, 이미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음과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결국 후회하고 상처받은 건 본인 스스로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내 마음과는 상관없는 어떤 것들로 인해 내가 버티면서 지켜온 어떤 것들을 무너뜨린 것은 아닌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나다운 삶을 살지 못하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나는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

 

색깔은 찾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이다_ 230p

내 안에 이미 내재되어있는 색채 그대로를 사랑하고 아껴주면 된다. 그럼 나의 색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조화로운 색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 색깔을 억지로 바꾸려한다거나 내가 가진 것 외 다른 색을 욕심내는 순간 어쩌면 고난이 시작될 수도 있다. 나를 잘 알고 스스로를 존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들도 함부로 붓을 들이밀며 침범하지 못한다. 몇 번만 다른 색을 새로 입히면 물통 속이 금세 탁해진다. 그 탁함이 자신의 색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물통은 새로 갈면 되니 본연의 색만 잊지 않으면 된다.

 

내가 나의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뿌듯하고 소중하다. 올바른 방식으로 일상을 견뎌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신과 마음의 건강함은 내 주변까지 이롭게 한다.

내가 죽으면 진심으로 나를 추억하며 눈물 흘릴 사람이 누구일까. 있긴 하겠지. 시간 내어, 마음 내어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누가 와줄까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책을 다 본 지금은 내가 죽으면에 무게가 기운다.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그 순간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알 수 없는 그 순간이 갑작스럽지 않다면 천천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인사를 꼭 나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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