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의 애프터 파이브 - 막차의 신, 두 번째 이야기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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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네온사인을 등지고 기다리는 막차, 어스름한 새벽공기를 헤치고 기다리는 첫차, 그리고 그 곳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책.

    

 

해외에서 잘 나가는 상사맨이었지만 지금은 러브호텔 청소부로 일하는 남자, 우연히 만난 노숙자와 함께 버스킹의 꿈을 이루게 된 뮤지션지망생, 지진으로 인해 집과 직장을 잃고 현란한 밤의 직업세계로 몰린 사람들, 집으로 돌아갈 차도 연락도 끊긴 전 여자친구를 찾아 헤매는 남자, 성매매업소 운전기사 일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막차와 첫차 사이 시간을 거리에서 보내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잘 없었다. 내가 밤거리를 헤매는 경우는 젊은 날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았으니까. 나이가 들고 주변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어두울 때 나가야하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접한 이후로는 그저 그것도 삶의 한 방식임을 인정하게 됐다. 9 to 6가 정답은 아니니까.

 

우리가 잠드는 보통의 시간에도 누군가는 부지런히 밤을 밝힌다. 그것이 누군가는 인정하지 않는 하찮게 보이는 일일지라도.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정해진 시간대도 없다. 옳은 일을 한다는 사명감만 있다면.

 

다섯 이야기 중 <스탠 바이 미>가 가장 여운이 길게 남는다. 대도시 중심가에서 버스킹의 꿈을 이루려 없는 용기를 개척해나가는 모습이 대견해서였을까. 어쩌면 모험일지 모를 자신의 선택(노숙자)에 과감히 투자하고 실행에 옮기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꿈을 이룬 후 미련 없이 헤어질 줄 아는 것도. 흥겨움이 정점을 찍은 후 모든 게 소진 된 상태의 시간대를 걷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한다는 것도 나름 획기적인 전략이었다. 덜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자칫 더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

 

열심히 불금을 즐기고 겨우 뛰어가서 잡는 막차와 야근 후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업무를 챙겨 겨우 지친 몸을 싣는 막차는 다르지 않다. 택시비를 아끼려고 새벽길을 걷고 걷다가 언 몸으로 타는 첫차와 생계를 위해 어둠을 뚫고 출근길에 나서서 기다리는 첫차도 우리의 삶이 녹아있음엔 다름이 없다.

    

 

첫차와 막차 타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첫차와 막차에 대한 소소한 추억이 있다면, 평생 첫차와 막차를 탈 일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읽어보길 권한다.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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