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 아트?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신혜빈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술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한다. 일부러 찾아가야 되는 미술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은 최적의 편리함과 아름다움을 위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고, 매체 속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글과 목소리와 행동으로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쓴다. 새해를 맞이하여 구입한 다이어리, 건강을 위해 구입한 견과류의 개별포장지 조차도 예술이 될 수 있는데 이 책이 말하고 싶은 예술은 무엇일까.

    

 

색깔, 크기, 소리, 가면, 거울, 취식 가능한 것, 공간, 소재 등 예술로서 승화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어떤 색깔과 모양은 특정한 사건이나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고, 가면은 그것을 착용하여 내 본모습을 가림으로써 해방감을 느끼거나 동경의 대상과 동일시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돌로레스의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퍼포먼스는 작품이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상기시켜준다. 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사람의 감정 상태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판단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술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메시지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 아닐까.

 

작가는 왜 예술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거대한 존재로부터 인위적으로 발생된 폭풍우라는 장치를 삽입했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혼란으로 가득한 상황에서 마이크가 들어 올린 섀도박스 작품은 현재 그들이 처한 상황과는 너무도 반대되는 이상적인 낙원의 모습을 담고 있다. 꽃이 만발하고 따뜻한 빛이 내리쬐는 곳에서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 새들은 둥지를 트고 아이와 어른들이 서로 행복의 노래를 부르는 평화로운 세상.

 

위기를 모면한 9명의 예술가들은 자신의 분신과 같은 미니어처들, 그들의 삶에 필요한 주변사람들과 먹을 것, 가게 등 필요한 것들도 충분히 만들어 섀도박스 안에 집어넣는다. 물론 그들의 미니어처는 그들 자신보다 아주 조금씩은 더 나은 모습들이다. 파괴되지 않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 것이다. 그리고 미니어처들이 자연스럽게 삶의 기반을 잡아갈 때 즈음 돌로레스가 집을 부수고 손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섀도박스 안을 파괴시킨다. 놀란 동료들에게 태연하게 말하는 돌로레스.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보자. 보여줘, 용기가 뭔지. 보여줘, 어떻게 하면 우릴 구할 수 있는지.

 

우리는 삶에서 수없이 위기를 맞닥뜨리고 좌절을 겪는다. 그럴 때 우리를 일으켜주는 것은 지금보다 나은 상황으로 변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다. 내가 원하는 상황에 다가가기위해 그 상황에 어울리는 내 모습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설사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엉망이 된다하더라도 다시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

 

아마도 작가는 희망과 용기의 근원지로서의 예술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끊임없이 자신만의 섀도박스를 창조하고 파괴하면서, 소소한 바람과 작은 용기로 똘똘 뭉쳐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자체가 예술임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