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염세주의자 - 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마지막 태도
염세철학가 지음, 차혜정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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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메시지가 더 이상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이 시기에 당당하게 포기하고 초탈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어느 날 거울을 닦다 거울 속의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괜히 기분이 나빴다. 돋보기나 현미경처럼 지나치게 나의 단점들이 확대되어 눈에 들어오는 게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 뒤로는 거울에 먼지가 좀 앉아도 그러려니 한다. 거울이 깨끗해질수록 잡티로 가득 찬 내 얼굴이 더 환하게 드러나는 것이 싫어서.

 

그 때문에 얼굴이나 색감을 보정해주는 갖가지 필터 한두 개는 필수다. 원하는 필터를 장착하고 나면 이렇게 생기고 싶은 얼굴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어쩌다 필터 없이 카메라를 셀카 모드로 잘못보기라도 하면 낯선 얼굴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는 본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곡하면서 그게 나답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라는 사실에 개인의 생각과 판단 기준이라는 필터를 덧씌우면서 생기는 해석은 곧 나의 신념이자 관점이 되는 것이다.

 

이 관점을 염세주의로 바꾸면 우리는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다. 우선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임을 인정하자. 세상에 내가 아는 것은 손톱의 때만큼이나 적고, 지금 속해있는 곳만 벗어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나의 가치를 높이는데 모든 걸 쏟아 붓지 않는다면 타인의 기대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고 진짜 내가 원하는, 나를 위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

 

또 세상에 진리는 없음을 곱씹어보자. 이 때 진리가 없음은 진리가 한 문장으로 나타낼 수 있는 한 가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진리라는 이름으로 한두 가지 가치에만 집착할 필요가 전혀 없으니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방안을 선택하는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는 반드시 나의 자리가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호수에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면 물고기들은 물기로 서로를 문지르고 거품을 내뿜어 적셔준다(198p)’고 한다. 인간이란 지극히 독립적이고도 고독한 존재이지만 결국은 서로를 보듬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사랑의 결실임을 잊지 말고 우주의 일원으로서 나만의 방식으로 자유와 사랑을 나누는 데 자그마한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한다.

    

 

처음엔 허무주의나 불계와 같은 사상이 오히려 삶의 의욕을 저하시키거나 자기계발을 억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는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간이므로,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상을 취함으로써 결정과 태도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장자의 가르침 덕분에 오늘 아주 조금 더 마음이 단단해졌다.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문교양 #당당한염세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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