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요즘 사람들에게 - 동네 한의사의 달고도 쓴소리
김형찬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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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용실에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기분 좋게 머리하러 갔는데 내 돈 주고 혼나는 기분을 자주 느껴서다. 나는 내 머리숱에 대해서, M자 이마에 대해서, 상한 머릿결에 대해서 말을 걸까봐 조마조마한 게 싫고, 굳이 들춰내는 말들에 어색한 미소를 짓하게는 그 상황이 너무 불편하다. 진열된 제품을 추천하는 그 순간도 역시 피하고 싶은 순간이다.

 

늘 마지막엔 드라이를 해주며 머리 관리하는 법을 설명해 준다. 그러면 나는 앵무새처럼 , 제가 이제까지 잘못된 방법으로 머리를 말렸네요. 네네, 이제 이렇게 할게요.” 대답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면 손에 익은 내 방식대로 또 드라이를.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미용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안 나쁘다. 내가 왜 이런 질병을 갖게 되었는지 원인부터 함께 고민해주고 현재 마음 상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이런 한의사라면 정말 한 동네에 하나씩 복제되었으면 싶을 정도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라도 건강을 자신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드물다. 인스턴트, 반조리 식품, 운동부족, 전자기기로 현대인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니까. 김형찬 한의사는 나이듦을 인정하고 생기 넘치는 음식을 먹으며 천천히 생활할 것을 추천한다. 쉽지 않다. 노화를 늦추는 약이나 화장품, 시술은 언제나 인기고 바쁜 사람들에게 생기 넘치는 음식을 음미하는 일이란 휴가 때나 가능하다. 캡슐 하나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약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오니 음식과 건강과의 상관관계는 더욱 더 묻혀버리는 것 같다.

 

이왕 책을 집어 들었으니 내게 적용할 수 있는 건강실천 방법을 찾아냈다(보름 뒤면 새해라서 갑자기 실천하겠다는 거 아니고). 사람을 병들게 하는 권태로움을 없애고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참장공을 실천해보기로.

 

매일이 그날 같다는 말이 그저 별 일 없다,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라서 그다지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헤럴드 도즈 박사에 의하면 사람의 마음을 식게 하고 기의 흐름을 떨어뜨려 몸을 더 빨리 늙고 병들게 한다고 한다. 권태로운 느낌을 줄이는 소소한 내면의 즐거움을 찾아서 일상에 보람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난 보람을 독서와 서평쓰기로 대신하기로 했다. 그리고 하루 10~20분 정도 서서하는 명상인 참장공’. 다소 정적인 나와 잘 맞는 명상법이다. 괜히 헬스장 등록이니 뭐니 오버해서 스트레스를 떠안느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기로 한다. 물론 이보다 더 중요한 건 햇빛을 쬐고 천천히 걷는 시간을 매일 조금씩 가지는 것이겠지만.

   

 

매 챕터를 지나올 때 마다 내 스스로 건강할 권리를 무시해 온 것 같아서 내 몸에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병원에서 잘못된 생활습관을 지적받아도 결국 병원문을 나서면서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우던 내가 오버랩 된다. 아마 내가 갔던 미용실의 미용사들은 정말 직업적 책임감을 가지고 내가 걱정이 되어서 말해줬을 수도 있다. 다만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제스처와 말투가 내게 상처를 줬지만. 하지만 이 책은 건강을 무시하듯 살아온 나를 질책하지 않고 아마 너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다들 그렇게 사는데 너라고 어쩔 도리 있었겠냐고, 잘못된 습관은 지금부터 바로 잡아도 충분하다고 부드럽게 권유한다.

 

우리는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되었기 때문에, 매일 무심코 하는 작은 선택들이 모인 결과가 나쁘면 불행한 노년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건강이 재산일 그 때가 너무 먼 미래라서 체감되지 않을 누군가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리뷰어스클럽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건강에세이 #뜻하지않게오래살게된요즘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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