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엄마 맞아? (반양장) - 웃기는 연극 움직씨 만화방 1
앨리슨 벡델 지음, 송섬별 옮김 / 움직씨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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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는 연극 한 편을 본 것 같았다. 나와 같은 책을 본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이 연극을 이해했을까하면서. 책을 덮고 보니 인덱스가 참 많이도 붙어있다. 저 인덱스를 붙인 횟수만큼 공감했고, 여자의 일생에 대해 생각했다면 그래 그걸로 충분하다.

 

 

 

당신 엄마 맞아?’라는 제목은 어린 시절 굿나잇 키스가 사라졌던 그 즈음의 작가가 외치는 순수한 분노가 아니었을까 감히 짐작해본다. 마땅히 사랑을 들이부어야 할 시기에 마음껏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 때의 서운함이 응축된 문장이랄까.

 

우리는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 한 때 한 몸이었던 모녀지간이어도 말이다. 출생의 순간 엄마와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탯줄이 잘린다. 생명과 사랑을 불어넣던 통로가 끊긴 이후부터는 물리적인 힘을 가할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무조건적이고 설명할 수 없는 고귀함으로 이루어진 알 수 없는 힘.

 

엘리스 백델은 그 힘의 쓰임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있다면 어떤 형태인지 직접 찾아보았다. 오랜 기간 동안 엄마와의 통화내용을 죄다 기록하면서 평소에는 우리가 평범한 모녀지간인지분석했고, 옛날 아빠와 엄마가 주고받았던 편지를 보며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나름의 가설도 세워가면서 말이다.

 

성인이 된 자신이 느끼는 우울감과 불안의 원인을 모녀관계에서 찾고자 했던 노력이었다. 하지만 전문가와의 상담, 도널드 위니캇 등 정신분석학자의 저서 등을 참고하며 인간 대 인간으로 엄마가 아닌 헬렌 오거스타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마침내 근접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 깊게 고찰하는 건 여간 사랑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의 전 생애에 걸친 큼지막한 이슈와 그와 함께 동반되는 희노애락을 다 흡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엘리스 백델은 이 그래픽 노블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에서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엄마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엘리스 백델 자신이 자신을, 헬렌 오거스타 자신이 자신을 그 누구보다 존중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엘리스 백델이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 한 문장에서 찾았다.

마침내 나는 엄마를 파괴했고 엄마는 파괴로부터 살아남았다._ 2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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