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삶
마르타 바탈랴 지음, 김정아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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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 브라질이라는 배경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등장인물 개개인이 가진 문제는 전혀 낯설지 않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건 분명 이름 모를 누군가의 삶에 녹아있을 모습들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삶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고 여기저기 떠드는 젤리아, 최상층 계급의 안일한 삶에 길들여진 마르쿠스, 어머니로 인해 자신만의 왜곡된 여성상이 생긴 안테노르, 부모의 강압적인 결정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포기해야 했던 에우리지시,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남겨진 아이와 생활고에 고통 받는 기다

 

사연 없는 집 없다는 말의 소설 버전이다. 슬프지만 세상 어디에나 있는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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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과거나 가정환경, 어둡고 우울했던 기억이 있지만 굳이 남들 앞에서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보이고 싶은 삶만 보일 수 있으니까.

 

보이지 않는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없는 일처럼 묻고 살고 싶은데 내 삶 어딘가에서 남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생긴 얼룩처럼 늘 존재하는 것. 어쩌다 마주하게 되면 얼룩이 생긴 이유부터 거슬러 올라가 또 상처받게 되는 것.

 

기다가 동생의 집으로 와서 가출한 이후의 상황에 대해 설명할 때, 내 삶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만드는 일이 어쩌면 일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냥 나만 알고 있으면 되는,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은 알아서 블라인드 쳐 버리면 된다. 진짜 내 마음이 바닥까지 드러나게 될 중요한 이야기는 빼고, 남들 눈에 비치는 내 이미지에 손상이 가거나 괴리감이 생길 것 같은 이야기는 조금 포장한다. 화려한 포장지로 내 이야기를 감싸면 엄청 잘못하는 것 같지만 리본하나 정도 붙이는 건 이야기의 본질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 하나가 그나마 내 자존심이 지켜지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에우리지시는 포장지도 리본도 다 떼고 정면으로 자신의 보이지 않던 삶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타의로 억눌렸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적극적으로 찾아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알게 된다. 표지는 보여주기 위한 삶을 나타낸 것이라는 것을.

진짜는 책 속에 있었다.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았던, 지금도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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