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마을로 - 21세기 대한민국의 커뮤니케이션 구조 변화에 대하여 다중지성총서 4
전명산 지음 / 갈무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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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서 마을로'라는 제목만 보면 

요즘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정보를 담은 책으로 보인다.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즉, 국가 단위의 매스미디어만이 존재했던 사회에서

마을 단위, 또는 그러한 성격을 지닌 인터넷과 SNS 등의

입말언어의 성격을 가진 커뮤니케이션이 생활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읽다 보면 그것이 곧 '마을공동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마을이라는 소규도 단위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SNS 현상에 대한 얘기로 시작해 입말언어 커뮤니케이션의 특징,

정보의 속도성, 문자의 도입, 인터넷 등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을 설명한다.

 

마셜 맥루한과 월터 옹 등이 언급한 개념들을 현재 상황과 적절히 잘 접목함으로써,

비전공자가 읽기에는 다소 어려웠을 그들의 이론을 쉽게 풀어썼다.

 

이야기처럼 쭉 읽다보면, 어느새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변천사를 대략 그려볼 수 있다.

요즘 블로그다, SNS다, 소통과 관련한 도구 사용법에 대한 실용서가 많이 나오는데,

커뮤니케이션의 개념과 의미, 흐름을 다룬 이와 같은 책을 먼저 본 뒤에 기술을 익히면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의 진정한 소통과 공감에 더욱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전의 어떤 시대에도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같은 속도의 미디어를 사용한 적은 없었다'

정보 격차라는 것은 단순히 접하는 정보의 양과 질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가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속도에 더 많은 가치가 부여된다.

비둘기나 봉화대, 편지, 전화, TV, 라디오 등의 모든 미디어는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사이의 시간차가 발생한다.

 

그러나 인터넷, 더 나아가 SNS가 생기면서

그야말로 누구나 같은 속도의 미디어를 사용한다.

속도도 같을 뿐더러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조차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지만,

오랜 세월을 놓고 봤을 때 '개인이 곧 미디어'였던 시기가

인류 역사의 대부분이었다는 것이 더욱 놀랍게 다가온다.

 

60분을 전체 인류의 시간으로 놓았을 때 1분은 50년에 해당한다.

문자, 인쇄신문이 등장해 전화, TV 등으로 발전한 것은 고작 9분 전이었다는 말이다.

더욱이 컴퓨터가 생겨난 것은 9초 전이다.

 

 

판옵티콘을 넘어, 이젠 홀롭티시즘이다!

지금의 커뮤니케이션은 판옵티콘, 요즘 표현으로 빅 브러더를 넘어선

홀롭티시즘이라는 주장도 참신하다.

홀롭티시즘은 장 프랑스와 누벨이 제시한 용어로,

어떤 조직 내의 행위자들이 조직의 전체를

마치 하나의 개체인 것처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전체가 개인을 감시하는 체제인 판옵티콘이 작용함과 동시에

개인이 전체를 감시하는 역판옵티콘도 함께 생겨남으로써

이제는 홀롭티시즘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세상은 투명해지고 평등해지는 방향으로 바뀌어 간다.

 

TIT for TAT, 마을 커뮤니케이션

'협력'과 '평판'의 힘으로 만들어진다

'맞받아치기 전략'이라는 뜻의 'TIT for TAT'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개념을 '초협력자'라는 책에서 처음 접했다.

 

어떤 실험 결과, 사람들은 남이 했던 행동 그대로 그를 대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배신을 한 행위자에게는 배신을, 협조를 한 행위자에게는 협조를 함으로써

배신에 대해서는 응징을, 협조를 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호혜를 베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실험이다.

 

마을 단위에서는 서로 간의 단합이 중요하며 이를 지키지 못할 시에는

공동체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자체적인 평판 시스템을 구축하고,

협력의 부수 효과들을 학습함으로써 마을공동체는 더욱 견고해지고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집단지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협력이 필연으로 다가오는 요즘의 분위기를 볼 때

마을 단위의 커뮤니케이션의 회귀는 당연한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던바의 수 150, 공동체의 이상적인 규모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던바의 수 150' 수를 제시한다.

인간 두뇌의 신피질의 평균적인 크기에 근거하여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무리의 크기를 산출했는데,

그 수가 최대 150명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만들고자 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에서도 주의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수치다.

마을공동체가 자립의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규모를 갖추어야 함과 동시에,

마을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벗어나는 수준으로까지의 확대를 잦하는 관리도 필요할 테니까.

 

제일 마지막 장에 나온 것처럼, 이제 커뮤니케이션은 잘 디자인해야 한다.

정교하고 치밀해야 한다는 말이다. 감성적인 요소도 반드시 포함시키면서 말이다.

 

'마을'이라는 단어, 촌스럽고 보잘 것 없었던 이 개념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인간이 무리를 이우고 사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이며 기본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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