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을 울린 이야기
존 포웰 지음, 강우식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이야기가 간결하다. 한 꼭지를 읽는 데에 빠르면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뭐 이런 얘기를 굳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사소한 에피소드도 종종 눈에 띄지만
쉬이 다음 장으로 넘기지 못하게 나를 붙잡는 이야기,
마음을 꾹 누르는 진득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글도 있다. 

 제목처럼 읽는 이에 따라 싱거운 책, 인생의 책이란 극과 극의 평가가 있을 수 있겠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 세 편을 정리했다.   


1. 새겨 두고 싶은 이야기 

 시드니 해리스라는 사람이 있다. 통신사 소속 칼럼리스트인 그는 자신의 친구가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는 모습에 인상을 받아 칼럼을 썼다. 
 친구는 가판대 주인에게 반갑게 호의를 가지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 주인은 친구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신문도 매우 불친절하게 툭 던져 놓았다.   
  그 친구는 신문을 받아들고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며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인사했다. 
 가판대 주인은 "어떤 하루가 되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내 하루는 내가 알아서 보낼 텐니 걱정 마시오!"라고 소리 질렀다.  
 해리스는 친구에게 물었다.
"그 사람에 자네에게 불손하게 구는데, 자네는 왜 그 사람에게 잘 대해주는 건가?"
 친구는 대답했다.

"그건 그 사람 때문에 나의 행동이 좌우되기를 원치 앟기 때문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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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직원들이 함께 각 동별로 눈을 치웠다.
사람의 힘은 대단했다. 10cm 이상 꽁꽁 얼어붙었던 골목 하나가
수십명의 사람이 힘을 합쳐 몇 번 뚝딱뚝딱거리니 원래의 길이 제모습을 드러냈다. 
 깨부순 눈을 길 옆 담벼락에 쌓았다. 
 몇몇 집주인들은 그 광경을 보며 짜증을 낸다. 
 "이렇게 집 앞에 눈을 쌓으면 어떡해요?"
음...이제까지 쏟은 땀이 순식간에 말라 없어지는 느낌이다.
모두들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기운도 바닥으로 내동댕이쳐 졌고, 더 일한 의욕도 달아나는 순간이었다. 

 이 이야기에서처럼, 난 웃으면서 그 주민을 대할 수 있을까?
해리스의 친구처럼 말이다.  
 

2.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

두 마리의 굶주린 비둘기가 있다. 한번도 새장에 갇혀 본 적 없는 비둘기이다.
두 마리를 각각 다른 새장에 넣는다.
한쪽 새장은 비둘기가 검은색 원반을 쫄 때마다 먹이가 한 알씩 공급되도록 장치됐다.
비둘기가 5분에 100번 정도 원반을 쫄 것이라는 교수의 예측이
실험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맞아 떨어졌다.
 또 다른 새장은 만약 비둘기가 검은색 원반 이외의 곳을 쫄 경우,
전기 충격을 주도록 되어 있다.   
 실험 결과, 비둘기는 몇 번의 전기쇼크를 당한 뒤
깃털이 흉하게 된 모습으로 새장 한가운데 앉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불안에 떨고 있었다. 
 

 사람도 그 두 비둘기의 경우와 똑같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바람직한 행위에 대해 보상을 받게 되면
그 후로 바람직한 행위를 더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벌을 받게 되면
이후로는 경직되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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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도 과연 비둘기와 같을까?
후자의 경우는 대부분 들어맞지만 전자의 경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비둘기는 배가 고플 때마다 검은색 원반을 쫄 것이다. 
 궁금한 것은 먹이를 충분히 먹고난 후다. 
 배가 부를 만큼 부른 데도 먹이를 받아 먹으려고 계속 쪼아대지 않을까 싶은 거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배가 부른지 잘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려워하는 것은,
어떤 행위를 해내는 것만큼 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절제이다. 
 

3. 시도해 보고 싶은 이야기

 어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 주었다. 
 도로변에 피어 있는 작은 들꽃을 찾아 뽑아서 햇빛에 비추어 보라는 것이다. 
 그 들꽃의 아름다움을 온전하게 파악할 때까지,
그 꽃잎 속의 잎맥 하나하나가 다 보일 때까지
그리고 그 꽃의 모양과 색이 눈에 익어 다른 꼿들과 구별할 수 있을 때까지
그 꽃을 햇빛에 비추어 계속 돌려 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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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과제는 전에 사진작가 김아타에게 들었던 제안과도 비슷했다.
"하나의 사물을 정해라. 꽃도 좋고 나무도 좋고 돌도 좋다.
그것을 계속 응시해라. 한 시간 두시간 계속 사물과 이야기를 나눠라.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거침 없이 적어 내려가라.
숨기지도 말고 고민하지도 말고 마구 적어라.
그렇게 한 나절이건 하루건 사물과 대화해라."
 

 꼭 해 보리라 생각만 한 뒤 그냥 저냥 없던 일처럼 넘어갔다. 
 그 기억을 끄집어 내 준 것이 이 글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시도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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