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응용 윤리학
박찬구 지음 / 울력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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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리는 기본적으로 실천을 위한 학문이다. 실천이 없다면 윤리도 힘을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책은 가정, 성, 양성평등, 경제, 환경, 생명, 정보 윤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실제 해당하는 사례를 보여주고 관련 학자의 언급을 간결하게 제시한다. 간단하게 제시한 점 때문에 원하는 내용을 이책에서 모두 찾겠다는 목표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 어떤 내용이 있을지 살펴보고 참고하는 용도로는 충분하다.

 윤리 공부를 하고 싶다면 이책을 꼭 거쳐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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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가는 옛 길 한빛문고 17
이순원 지음, 한수임 그림 / 다림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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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른다는 것은 지칭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개똥이라 부르는 것은 그 사람이 정말 개똥과 연관되어 있거나 흔히 말하는 의미의 개똥처럼 천하기 때문에 그렇게 칭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모두에게 친숙하고 편한 존재이기 때문에 정감 넘치게 부르는 의미일 수 있다. ‘강릉 가는 옛길’에서 나타나는 부르는 행위도 단순한 부름, 지칭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호칭은 관심의 표현이고,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하여 굳이 안 불러도 되는데 부르는 것이기도 하며, 상대방을 특징 지어버리기도 한다.

  호칭을 부르는 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행위이다. 관모가 전근 와서 담임을 맡았을 때 아이들은 관모를 말대가리라고 불렀다. 말대가리를 닮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말대가리 담임 관모는 경제적 형편이 좋은 석주를 편애하고 그 대가로 석주의 집에서 뇌물을 받아 챙기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안 아이들은, 관모를 말대가리에서 다시 이름으로 불렀다. 말대가리든 새대가리든 별명은 관심의 표현인 것이다. 아이들이 별명을 지어 부른 것은 새 담임에게 관심과 기대가 있었다는 소리다. 관모는 오로지 석주에게 애정을 바치고 부정을 행하여 다른 아이들의 기대을 져버렸기 때문에 별명을 잃게 된 것이다. 또한 장작을 뽀갠 일로 관모가 은호 형제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줄 때 관모는 수호를 수호라 부르지 않고 '이은호 형'이라고 불렀다. 관모는 석주를 편애해야 하는데, 수호는 석주보다 글을 더 잘 써서 석주를 편애하기 곤란케 하는 눈엣가시였다. 은호가 관모담당 동아리 학생이어서 이름을 알거라 생각되는데도 이름을 안 부른 것은 ‘너는 내 관심 밖의 존재’이니 인정받기를 기대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한 부름도 있다. 점심시간에 주번 선생님은 장작을 내고 옥수수 죽을 먹으러 오라고 사팔공 부대 아이들을 불렀다. 선생님의 부름은 아이들이 가난해서 받는 내적 아픔을 선생님이 불러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거라는 외부 요인으로 돌려 배고픔을 달랠 수 있는 길이다. 아이들은 사팔공이라 불리는 것이 부끄러워도 제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고 옥수수 죽을 찾아 가긴 더 힘든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부름에는 아이들이 밥을 굶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깃들어 있다. 주번 선생님이 없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김유선 선생님은 선생님이 없으면 아이들이 결코 점심시간에 죽을 먹으러 가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꿔 그들을 더욱 열심히 부른다. 그것은 다른 아이들의 놀림과 시선,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 느끼는 아픔으로부터 그들을 배려하고 보호하려는 사려 깊은 행위이다.

  마지막으로 부름에는 상대방을 특징짓는 요소가 있다. 특징짓는 부름은 정체성을 부각하지만 가능성을 제한할 수도 있다. 수호는 특별활동 시간에 동시를 쓰고 싶은 사람과 산문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을 나눌 때 석주와 하는 활동이 겹치는 걸 원하지 않아 산문에 남아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그것을 보고 수호는 동시 쓰는 애니까 시 쓰는 자리로 가라고 해 수호는 마지못해 자리를 옮겼다. 다른 아이들이 수호가 산문에 앉았다는 사실 그대로 수긍했다면 수호는 산문을 쓸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수호가 산문 영역에서 글쓰기 능력을 잘 발휘했을지도 모른다. 동시 수상자, 동시 쓰는 아이로 특징짓고 그렇게 부름으로써 수호의 가능성은 동시 영역으로 국한되었다.

  이처럼 상대를 부르는 것은 부름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을 때가 있다. ‘강릉 가는 옛길’에서 부름의 긍정적 의미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관심을 갖는 것, 배려하는 것, 상대방의 속성 하나로 단정 짓지 않고 잠재성을 열어주는 것으로 나타난다. 상대방을 어떤 의미로 어떻게 부르느냐가 인간과 인간 상호작용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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