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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투 커버 - 책 읽는 여자
로버트 크레이그 지음, 나선숙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평점 :
타냐는 29살의 노처녀이다. 사실 요즘 세상에 무슨 29살이 노처녀란 말인가.. 말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여튼 타냐는 사람들을 싫어하고 그녀를 걱정해주고 보살펴 주며 가까이 지내려고 하는 모든 친구들을 거부하는 노처녀 이다.
그래도 그녀 옆에 남아 있는 친구에게는 절교 편지까지 써서 부치는 고약함을 보여주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 조차 그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고자 사랑 실험을 하다가 떠나보낸다. 집에서 오로지 책 읽는 것만 좋아하고, 읽을 책이 떨어지면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타냐에게 어느날 '가짜 종이꽃가루' 라는 책이 나타난다. 책의 주인공은 바로 타냐 자신이며 자신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세상일을 다 시시하고 지루하며 사랑과 친구들은 믿을 수 없다면 오로지 자신만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행복하다고 살아왔던 타냐는 책을 읽으며 점점 혼란에 빠지고 자신이 틀렸음을 알게 된다.
9년 동안 기억속에서 사라지지 않으며 자신을 옭아 매고 있던 첫사랑 마틴을 다시 만나지만 그도 어린 시절의 추억일 뿐 현재는 기억과 다른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되고, 또 책의 과거 내용 때문에 엄마와 싸우고 그로인해 엄마가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고 자살하게 되었지만 그 감정조차 제대로 표현 못하는 바보 같은 타냐..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타냐는 왜그렇게 마음을 꽁꽁 닫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면서 괴로워 하고 있는 걸까? 그러나 정작 그녀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남자친구도 알고 독자인 나도 그녀의 사고 방식이 잘못 되었음을 알고 있었지만, 타냐 자신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자신.. 또 우리의 모습이 어쩌면 타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타냐는 왜이렇게 까다로운 걸까, 왜 사랑을 시험하려고 할까, 왜 사람들을 믿지 못할까, 왜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 할까.. 등등의 생각들이 결국은 내모습과 같은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 나도 이렇게 내 미래를 보여주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무슨일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일 때, 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들 때 이 책을 보며 좀 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텐데.. 하며 말이다. 그런데 타냐의 친구인 앨리슨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미래를 알려주는 책이 있다면 끔찍할 것 같다고.. '젊음의 즐거움 중 절반 이상은 어리석고 바보 같은 실수를 하는 데서 생기는 건데, 그런 일 한번 없이 사는게 정말 좋은 걸까?' 라고 말이다. 하긴 그렇다. 정말 미래를 보여주는 책을 보고 그에 따라서 완벽하게 올바른 선택만 해서 실수 한번 안한다면 그에 따른 어떤 에피소드와 즐거움이 생기고, 또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인간이기에 실수하면서 배우고 자라는 것이다.
책의 결말은 혼자만의 시간만을 중요시 여기는 고집쟁이 타냐가 결국 그녀를 변함없이 사랑해 주는 칼에 의해 둘이서도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 끝이 난다. 책 속에서 '가짜 종이 꽃가루' 책의 결말은 여러번 바뀌었다. 우리 인생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길이 계속 바뀌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