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쉬운 논술 - 혁신판
한효석 지음 / 한겨레에듀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논술이 교양의 영역을 넘어 학문의 영역이 되고, 이제는 그 영역마저 넘어 기술과 도구의 영역마저 침범하였다. 삶을 살아가며 필요한 기본 소양으로서의 교양이 아니라 연구와 학습이 필요한 어딘가로 멀어졌을 뿐 아니라, 사람을 평가하는 도구이자 사회를 살아가는 기술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논술이라는 영역은 이미 그토록 구체화되고 형식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것이 옳은 것인가는 의문이 남는다.

저자의 논리에 전반적으로 수긍하며 책을 읽었다. 무엇보다 책을 이루는 기본 골격이 아주 튼튼하다. 먼저 논술이라는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행위’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이전에 요약이라는 ‘타인의 글을 읽고 그것을 간추려 간단히 하는 행위’를 짚는다. 그것은 논술과 다른 영역의 것이라고 여길 수 있으나, 요약을 익숙히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야만 자신의 논리구조 역시 탄탄하게 만들 수 있음을 저자는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문장을 공부한다.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지 밝히고, 문장을 명료하게 만드는 법과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담는 법을 소개한다. 예컨대 외국어에서 파생된 표현은 지양하고 주어와 서술어를 호응시키며 쓸데없는 관형어나 논술에서 불필요한 개인적 표현을 삼가자는 것들이다. 이 주장, 혹은 가르침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예시와 연습문제를 통해 구체화되고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학습된다.

다음에는 중심생각을 뒷받침하는 방법, 즉 유치하지 않게 근거를 제시하고 그 근거를 이루는 문장들을 어지럽지 않게 배치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저자가 목표한 주 피지도층은 고등학생(혹은 중학생 고학년까지를 포함하는 듯 하다)인데, 저자는 친절하게도 일일이 예시를 들며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치한 문장들과 엉터리같은 문장배열을 보여준다.

그리곤 단락을 만드는 구조법을 제시한다. 한 단락에는 한 가지의 주장이 존재하며, 그 주장을 일관성있게 서술하는 것이 중요함을 먼저 이야기한 뒤에 그 서술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대립과 동의를 활용할 것, 전환구를 잘 이용할 것, 형식 단락을 제대로 만들 것 등이다. 주의사항도 빼놓지 않는다. 논거를 확대 해석하지 말 것, 한 단락을 추측으로만 채우지 않을 것, 결론 단락과 서론 단락을 제대로 만들 것 등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즐겁게 읽었던 ‘구상과 개요짜기’는 흥미롭다 아니할 수 없다. 글의 뼈대를 짜는 것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로 어떻게 진행해야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적인 연구도 충분히 들어있다. 개요짜는 중요성이야 아마 누구나 인정할 것이지만, 이것에 대한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자는 드물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의 경험치와 연구결과에 따라 효과적으로 개요를 짜는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서론과 본론과 결론을 나누고, 이에 대한 중심문장을 만드는 방법과 그 순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것들을 수정하고 보충하는 방법까지 이야기하니 책의 카피처럼 ‘1주일만에 논술을 끝낸다!!’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논술이라는 것을 이렇게 형식화 하고, 무엇은 좋은 문장이며 무엇은 틀린 문장이고, 이런 서술형식은 상투적이고 이런 것은 도전적이라고 지정해놓는 것이 과연 논술이라는 영역에 유익할지 다시 생각해본다. 예컨대 이 글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글은 의도적으로 이 책의 저자가 ‘틀린’ 문장이라고 지적한 문장형식을 다수 사용하고 있으며 ‘기피해야하는’ 논리형식을 따르고 있다.

물론 평가도구로써 논술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존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논술이라는 영역이 기술과 도구의 영역이 되기에 그것은 우리에게 너무 일상적이다. 제안서, 보고서 등의 공적인 부분에서도 논술은 적용되지만 대화와 소통의 영역에서도 논술이 적용된다. 이러한 사적 영역에서의 논술은 우리에게 더욱 일상적이고 빈번하다는 점에서 역시 중요하다. 그러므로 학생에게 ‘문학적 표현은 논술문장에 사용되어선 안돼’라던지, ‘사람이 아닌 사물은 문장의 주어가 될 경우 틀린 문장이 되며, 논술에서 평서문 외의 문장형식은 사용해선 점수가 깎인다’ 라는 가르침은 약간 거리껴진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으며 이런 교수법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내용을 대부분 수용하되, 저자의 취향이 묻어나는 일부 주장들(문학적 표현은 삼가라, 주어는 항상 감추거나 인물로 한다, 평서문 외의 문장은 옳지 못하다)은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겠다고. 논술은 이제 도구의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절대적인 기준이나 취향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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