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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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구보 미스미

시공사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는 당신의 곁에 함께 남아 

반짝이는 별들의 이야기


 

 

 

이 책을 다 읽어갈 때 쯤,

이웃집 사키코 할머니의 한마디가 내 마음을 울리고 말았다.

 

 

“아무리 괴로워도 도중에 사는 걸 포기하면 안 돼. 괴로운 건 언제나 애들이지. 그래도 말이다. 살아 있으면 틀림없이 좋은 일이 생겨….”  P.270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삶을 버리려는 사람들과 남은 사람들의 삶을 조금은 공감하고 싶었고, 그런 이유로 남은 내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서였다.

다행이 이 책은 그렇게 서글프지도 애절하지도 않았다.

적당히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쓸쓸함을 잘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소설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총 5개 단편 소설로 밤하늘의 뜬 별들을 소재로 삼아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녹아져있다.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별자리와 별들의 이름을 듣고있자니 평소 밤하늘을 언제 올려다봤을까? 하면서 신비로운 밤하늘의 세계를 머리속으로 감상해보기도 했다.

 

 

<한밤중의 아보카도>

쌍둥이 여동생을 잃고,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어긋나면서 외로움과 고독에 죽은 여동생의 옛남자친구와 조우하면서 왠지모를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각자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잠시 느꼈던 행복을 지나 외로움이 사무치는 혼자가 되어도, 밤하늘의 별 ‘쌍둥이별’을 바라보며 언제까지나 자신과 동생은 함께 있다고 믿고 있다.

 

 

<은종이색 안타레스>

바다를 좋아하던 아이 ‘마코토’는 여름방학을 맞아 바닷가 근처에 사는 할머니 집에 혼자 가게 된다. 그곳에선 어렸을 때 알고 지낸 소꿉친구 ‘아사히’도 느닷없이 방문한다. 바닷가에서 함께 놀던 둘은 이성의 감정을 갖고는 있지만 더이상 발전하지 못한다.

이곳에서 만난 아이가 있는 한여자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이루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만다. 그 바닷가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 ‘알타이르’.

별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마코토의 마음이 순수하기 그지 없다.

 

<진주별 스피카>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딸과 아빠의 이야기.

엄마를 잃은 슬픔보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힘겨워 한다. 마음이 힘들어서일까 정말일까. 계속 엄마의 유령이 나타나 자신을 위로해주는 듯 하지만 어느샌가 엄마 유령은 사라지고 만다. 아빠와 함께 엄마를 떠올리며 밤하늘을 바라보며 만난 ‘스피카’

진주별이라는 의미로 엄마에게 진주 귀고리를 사준 추억들. 어른이 되면 엄마가 착용했던 이 진 귀고리를 꼭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렇게 아빠와 자신은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간다.

 

 

<습기의 바다>

사랑하는 딸과 아내는 남편을 남기고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늘 일에 치여살던 남자는 그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는데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자 남게 되었다. 그러다 옆집에 이사온 싱글맘 ‘사와타리’. 자신이 싱글맘이라고까지 일부러 이야기하는 것에 약간 신경이 쓰였고,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떠올린다.

우연히 공원에서 만난 사와타리씨와 아이 사호. 힘겹게 아이와 놀아주는 사와타리씨를 위해 대신 놀아주고, 주말마다 공원도 함께 하면서 아내와 아이의 부재를 조금씩 채워보기도 하지만 끝내 더 이상의 발전은 되지 않는다.

그의 곁에는 모두가 떠나고 없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한 슬픔이 밀려오게 되는데…

전 아내가 두고 떠난 ‘습기의바다’ 액자. 이걸 남겨두고 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달에 자신만 홀로 남겨진 것처럼 가슴아파한다.

 

 

<별의 뜻대로>

어릴적 헤어진 엄마와 만날 수 없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

새엄마와 갓 태어난 남동생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애쓰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아파온다. 자신이 바래왔던 앞으로의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주저앉고 말지만, 주인공은 이웃집 할머니 사키코의 한마디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조금씩 어긋나는 가족. 그러나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통해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아빠와 바라본 밤 하늘의 별 ‘베가는 더욱 특별하고 애틋할 것이다.

 

 


 

 

“힘이 들 땐 하늘을 바라봐.” 라는 서정적인 노랫말이 떠오른다.

언제나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늘 고개만 숙이며 한숨을 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던 그 날을 기억하고 싶은데, 도심속에 밤하늘의 별은 생각만큼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수많은 욕심들로 밤하늘의 별들은 흐릿해져가고 우리는 마음의 병, 고독과 외로움은 더욱 진해져간다.

 

 


 

그럼에도 다행히 이 소설은 모두가 자신을 내려놓지 않고 그래도 이겨내고 살아간다는 희망적인 메세지가 담겨있다.

최근 어느 유명인의 죽음이 자신을 비관하고 내려놓았다. 정말 하늘의 별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애도를 했었기에 이 책을 읽는내내 자신을 내려놓는 사람들을 생각해봤다.

 

그래도 살다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일어난다는 사키코 할머니의 이야기는 왠지모르게 큰 힘이 되는 듯 하다.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위로해줄 사람이 없다면, 우리를 탄생시킨 저 머나먼 우주.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의지하며 살아갈 순 없을까?

반짝이는 별. 오늘도 애썼다고 나에게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몽글몽글하다가도 뭉클해져온다.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책이지만, 코로나로 힘들었던 몇년 간의 우리들의 마음을 조금은 힘을 주는 듯 하다.

내 곁에 없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며, 그자리에 오래도록 빛을 내는 별을 기억하는 매일이 되기를 바라본다.

 

 

 

 

별과 별은 보이지 않는 실로 단단히 묶여서 별자리의 형태를 유지한다. 우리 가족도 분명히 그렇다.    p.276

 

 

엄마랑 사는 미래가 올지 안 올지는 모른다. 이루어지지 않을 미래일 수도 있다. 그래도 만약 그 미래가 오지 않아도 괜찮도록 나는 좀 더, 더 많이 강해지고 싶었다. 살아 있으면 좋은 일도 있으니까, 언젠가 사키코 씨가 해준 말이 귓가에 아른거렸다.   p.273

 

 

 

 

<이 도서는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제공 받아 솔직하게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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