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퍼민트 / 백온유 / 창비

 

우리는 재난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사실 그 누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간병을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그게 마지막 대화라는 걸 알았다면 엄마는 내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엄마는, 분명 사랑을 말했을 것이다.  P.220

 

나는 성장소설을 읽을 때 마다, 내 어릴적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누구에게나 일어나지 못할 일들이라고 생각했고, 내 가슴속에 가득찬 슬픔과 우울함이 바다처럼 끊없이 흐르고 있는 그때의 그 기분을 나는 기억한다. 

 

<줄거리>
주인공은 시안.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가족처럼 지낸 해원이와 해원의 오빠 해일이 등장한다.
어느 날, 미국에 사는 이모를 만나러 간 해원의 엄마는 '프록시모 바이러스' 라는 전염병에 감염이 되고, 한국으로 돌아온 해원이 엄마는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최초 감염자' 라는 이유로 동네 이웃들에게 견딜 수 없는 따가운 시선과 질타를 견디지 못한 해원이 가족은 쫓겨나듯 그렇게 멀리 도망치게 된다. 
제일 가까웠던 시안이. 그리고 시안이 엄마는 감염병 후유증으로 깨어나지 못하고 식물인간으로 6년째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학교와 병원을 오가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중환자실 앞을 지나가다 가려움증으로 고통받으며 치료해달라고 행패를 부리는 한 남자를 발견했고, 그 남자가 바로 도망쳤던 해원이의 오빠 해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도망치듯 떠났던 해원이네 가족을 만나게 되고, 수많은 시련과 고민, 우정과 이별 등을 겪는 시안이와 해원이의 성장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

 

사람들은 누구나 죽기전까지 누군가를 보호하고 간호할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건강이 오래 지속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겠지만, 우린 언젠가 병이들고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생명을 이어가는 것은 분명하다. 젊은이들은 바로 내일의 미래를 걱정하며 살지만, 아픔으로 고통받는 가족과 내 자신의 미래는 생각하지 못한다. 
2020년에 닥쳐온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아파하며 두려움에 떨며 살고 있다. 해원이의 가족을 떠올리며 최초 감염자들이 겪었을 아픔과 따가운 시선들을 어떻게 견뎌냈을지 공감하려고 애써보았다.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 그들이 자신을 속속이 알려고 하는 부담감 때문에 살아 숨쉬는 것이 감염병보다 더 큰 고통이었지 싶었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속에 지구는 온인류에게 최선을 다해 모두를 사랑하라고 외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전염병은 어른들의 이기적인 행태들로 만들어졌기에 고스란히 돌려받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상처들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도 수많은 감염자들이 아파했고 힘겨워할 때 서로를 도와주는 배타심을 보여주었다. 그런 희망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아닐까.

 

?? 이곳은 낯설고, 내가 속할 수 없는 세계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빠 말고는 거의 타인에게 시비를 걸어보지 않았는데, 나답지 않은 내가 무서웠다. 내가 자꾸만 어떤 선을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아서 두려웠다.  P. 120

 

이 소설에서 시안이와 해원이는 어렸을 때 경험해보지 못한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 진학 고민 등. 무수히 고민하고 겪어할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미성숙한 자아는 마치 휘핑크림이 음료와 섞이고 섞여야 그럴듯한 맛으로 변하듯 온전한 자아로 성장하게 되는 성장이야기들이 무척 공감될 수 밖에 없었다. 
도망갈 수 밖에 없었던 해원이. 그리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용서하지 못하는 시안이의 마음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힘들었을지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누구나 실수를 하며 아픔을 주며 성장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누군가의 희생이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행복을 지속하기 위해선 행복도 슬픔도 나눠주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졌던 성장소설. 

 
시안이 엄마와 자주 마셨던 ‘페퍼민트’. 
쌉쌀하며 은은한 향이 퍼지는 그 향으로 매일의 고단함을 덜어내고 오늘도 수고많았다며 위로해주었다고 한다. 

페퍼민트라는 허브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지만, 우리나라의 한 여름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강한 생명력을 지녀 아무곳에서나 잘 적응한다고 한다. 

페퍼민트를 좋아했던 시안이와 시안이 엄마는 그런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우리도 나를 위로하고 달래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청소년 아이들이 성장기소설책을 같이 읽어보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주길 바래본다.
 





 

 

내가 신은 아니잖아. 넌 아직 어려서 모르지만 사람은 다 실수하면서 사는거야.   P.204

 

그 또한 자기는 모르는 것 같지만, 망했다는 말을 달고 살지만 내 눈에는 자기 삶에 대한 각별함과 애틋함이 보였다.    p.159

 

 

차는 엄마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 번도 제대로 즐긴 적이 없는데 내 몫의 차 한잔으로 약간의 여유와 평화가 생긴 것 같았다. 향은 선생님과 내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집 전채로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P.190

 

 

“너무 슬퍼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   p.192

 

 

 

<이 책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페퍼민트 #백온유 #성장소설 #창비 #소설페퍼민트 #서평단 #도서제공 #장편소설 #신간도서 #신간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