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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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진선북스

 

 

 


“자연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연출하는 곳, 홋카이도에서 전해 온 반가운 소식”

유쾌하고 다정한 숲속 수의사의 자연 교감 에세이.


 


 

지복(至福 더없는 행복) 이라는 말이 있다.  다람쥐가 바로 지금 그런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지그시 눈을 감는 모습과 졸음에서 깨어나 당황하지도 않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꽃을 먹는 저 표정이야말로 ‘지복’ 그 자체가 아닐까. 나도 저 다람쥐처럼 산현호색꽃을 먹어 봤으면 그리고 행복한 순간을 가져 봤으면 ….    p.76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보는 것을 좋아하고, 곤충이 좋아 숲에서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관찰하며 성장하여 말과 소, 돼지나 닭 등을 돌보는 수의사가 된 작가님.

이 책은 홋카이도 동부 고시미즈라는 곳의 진료소 수의사로 채용되어 40여 년간 숲속 동물들과 자연의 이야기를 기록한 자연 에세이다.

겉 표지 일러스트부터 자연의 푸르름이 물씬 느껴지고 따사로운 봄이 오고 있어서인지 초록초록한 숲속에 가고 싶어진다.

 

홋카이도는 일본 열도 제일 위 북쪽에 위치한 섬으로 오오츠크해에 접해있는 곳이며 과거 아이누 민족이 거주한 곳이다. 기온차가 큰데 동쪽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데 특히 오오츠크해 연안에서 겨울에 유빙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본 다른 지역과 달리 홋카이도는 숲이 잘 보전되어있고, 풍토의 특수성 즉 매서운 추위와 사람 키만큼 쌓이는 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나도 17년도 첫 홋카이도를 가족과 다녀왔던 기억이 있지만, 어린 아이들 때문에 자연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던 아쉬움과 숲에서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며 교감하는 수의사님의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었다.

 

 

지난 2006년 <오오츠크의 12개월> 이라는 책으로 일본에서 출간된 책으로 1년동안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숲속 동식물의 일상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수의사 작가님의 사진 실력도 엿볼수 있었다. 사진작가 버금가는 실력이라 글과 함께 만나는 동식물의 사진들을 보는 재미가 무지 쏠쏠했다. ^^

 

4월 따뜻한 봄이 오면, 고로쇠나무에 찻 집이 문을 연다고 한다. 오색딱따구리가 찻집을 열어 나무껍질의 갈라진 틈새에서 나오는 수액을 맛있게 맛보고, 또다른 손님 동고비, 북방쇠박까지 봄 찻집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창가에서 고로쇠나무에 찾아오는 동물손님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모습을 상상하면 무척 즐거워보인다.

그리고 5월은 산불이 많이 나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하는 달이지만, 예전엔 JR 증기기관차가 달리면서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불이 들불에 달라붙는다. 불이나는 범인은 열차였고, 어느새 증기기관차가 사라지고나니 들불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야생 꽃들이 많이 피지 않게 되었다고 하니, 오히려 나라에서 직접 들불을 지르는 현실이 되었다고 한다. 어찌보면 인간과 자연이 사이좋은 이웃으로 지냈던 셈이다.

자연을 그대로 두어도 좋겠다는 배려깊은 생각이었는데 결코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예쁜 꽃을 보기위해서 말이다.

 

그 밖에 8월에 만나는 소쩍새.  9월에는 주목나무의 열매와 땅속 벌레들. 11월에는 동면의 준비하는 동물들. 12월은 큰곰과 다람쥐가 동면 이야기. 1월 몸시 추운 계절에도 짝을 찾아다니는 여우들. 3월 봄을 맞이하는 숲과 북쪽으로 떠나는 고니들에게 배웅인사 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처럼 1년의 시간동안 숲속 친구들은 정말 바쁘게 살아가면서 저마다 제대로된 휴식을 취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어찌보면 인간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단지 아픈 동물들을 돌보는 수의사가 아닌,  숲속의 이웃으로 동물이 사계절을 어떻게 보내는지 관찰하며, 마을 이웃주민들과 다친 동물들을 구조하고, 야생으로 보내주기 위해 야생에서 먹던 먹잇감을 주려고 고군분투 애쓰시는 모습을 보면서 수의사 선생님의 봉사와 희생정신에 감탄하면서 나도 같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날. 나도 작가님처럼 낙엽무더기 위에 누워 다람쥐가 도토리를 줍거나 먹는 관경을 보며 낮잠을 잘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

요즘은 작은것들에 행복함을 느끼는 나라서 공원에서 동물이나 꽃만 마주쳐도 참 행복하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동식물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는 반면에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에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최근 꿀벌이 많이 사라지고 있어 인간의 생존에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걱정이 앞선다.

푸른 지구를 언제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숲속 동식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너무 즐거웠던 시간이었지만, 이런 이야기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홋카이도 고시미즈 마을 이웃들처럼 오래오래 동식물을 지켜내고 인간과 같이 공존하며 교감하는 삶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곧 우리에게도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한편의 다큐멘터리 같았던 자연에세이. 따뜻한 봄이 오고 벚꽃이 피어날 시기.

꽃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꽃과 같은 꽃끼리의 관계에서도 꽃 피는 시기의 차이는 그 식물의 생존과 관련되있다는 것을 알게되니 모든 꽃들에게 “노력하고 있구나, 고마워” 라는 감사와 기쁜 마음으로 봄을 만나고 싶다.

 





 

 

 

 

 

이래서 우리들은 계절을 잃고 말았다. 봄의 바다가 잊혀져 가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얼마 안 가서 항구를 떠나는 고기잡이배를 한척도 못 보는데도 생선은 여전히 가게에서 쌓이는 날이 올지 모른다. 송어나 연어란 원래 토막 난 몸으로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P.48

 

산나물을 캐러 가면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집의 환자가 되느냐 아니냐는 발견한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이렇게 정이 넘치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 집에는 환자가 끊이지 않는다.    p.71

 

오호츠크의 마을의 중심에는 습지대에 조립된 인공림이 있다. 북쪽 습지대의 숲이 어떤 곳인지 한번 상상해 보라. 기세당당하게 숲에 들어갔던 젊은이들이 10분도 못 되어 도망쳐 나오는 곳이다. 가라후토모기 떼에 내쫓긴 것이다. 이것이 북쪽 고장의 자연이다. 북쪽 땅에 아직도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이 있다는 것은 인류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P.83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꽃과 그리고 같은 꽃끼리의 관계에서도 꽃 피는 시기의 차이는 그 식물의 생존과 관련돼 있다. 얼핏 생각해도 이러한 예측은 어떤 대형 컴퓨터로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나는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꽃의 경연을 운 좋게 만나기 위해서 해마다 초원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P.104

 

햇볕이 좋아 오후에는 낙엽 속에서 낮잠을 잤다. 남쪽 비탈진 곳에 바람에 날려 쌓인 낙엽덕미가 높이 1미터는 넘어 보였다. 그 속에 몸을 누이면 저절로 졸음이 온다. 그 옛날 큰곰과 너구리도 이맘때면 나처럼 낮잠을 즐겼으리라. 그러나 나의 단잠도 옆에서 도토리를 나르는 다람쥐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토막이 나곤 한다. 그런데 그 소리가 조금 쓸쓸하게 느껴졌다. 이 계절, 숲은 이상하게 조용하다.     P.170

 

 

 

 

(이 도서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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