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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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라이프 

사사 료코 / 스튜디오 오드리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내년에 나,  벚꽃을 볼 수 있겠죠?” 그가 남은 생이 길지 않음을 예감하고 이런 질문을 하는 거라고 느꼈다. 좀 더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이런 질문을 한 거라고.

“내년에 며칠이나 더 살겠습니까?” 환자는 대놓고 그렇게 묻지 못한다. 하지만 벚꽃 구경 얘기라면 물어볼 수 있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벚꽃 보실 수 있겠어요? 힘내실 수 있겠어요?”

“……………”

P.279

 

 

 

 

이 책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재택의료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취재하고 기록한 논픽션이다. 그러나 취재 중 만났던 방문간호사 모리야마 후미노리씨가 갑작스런 췌장암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진정한 행복과 가치있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읽으면서 자꾸만 내 자신도 언제 죽을까? 언제가 될까? 막연한 생각에 앞이 캄캄해졌다. 피곤하고 힘들어 골골대던 내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살다가는…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을 때 마다 슬픈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고, 책 속의 말기 암환자들이 내 앞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지며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작가님께서 취재를 한 일본 쿄토의 방문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타나베 니시가모 진료소. 왕진을 담당하는 의사와 방문간호사, 요양 보호사, 케어 매니저가 함께 일하며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암 환자들을 위해 봉사, 희생하시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거동이 불편하여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할 때 전화한통만 하면 30분내로 달려와주며, 마지막을 가족과 디즈니랜드에 가고싶다고 하면 무리하지말라는 말 대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지원해주며 함께 동행해준다. 게다가 비용도 청구하지 않는다고 하니 영화같은 스토리가 아닐 수 없었다.

 

책을 읽다가 우연히 티비에서 본 재택환자들이 떠올랐다. 부모가 있거나 아니면 형제가 아픈 가족을 돌봐주며 서투르지만 힘껏 재택치료를 도와주지만, 왕진의사가 집에 오는 경우는 극히 보지 못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재택의료 수준은 어떠한가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100세 시대가 되었다는데 대한민국의 의료수준은 향상 되었겠지만 요양보호시설과 재택의료는 그러지 못한 현실이다.  가정보호로 힘들 가족은 앞으로 더 많아질텐데 도와줄 수 있는 손은 부족하다.

생을 마감하기 전, 병원이 아닌 따뜻한 집에서 온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물론 간병하는 가족들에겐 큰 고통이 따르겠지만 말이다.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재택의료 간호사의 말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며 본인의 직업과 사명감을 갖고 있는 그들의 태도가 빛이 났다.

 

죽음을 앞둔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 집에서 온힘을 다해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종말기 환자들의 이야기.

그 종말기 환자들을 돌보던 간호사에서 종말기 환자가 된 모리야마 씨.

모리야마 씨는 가족과 함께 마지막을 함께 하며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장례를 준비하고 조용하게 눈을 감는다.

 

수많은 암 환자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깨닫고 알게 되었다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남은 인생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게 살고 싶어졌다.

별 것 아닌 일들로 상처를 받기보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조금 더 행복하고 따뜻해졌다면 내가 바라던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슬퍼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배울 수 있다는 것.

내가 살아온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또 감사하며 살아가라고 알려준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지구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무수한 생명들이 죽었으며, 터전을 잃었다. 죽음 앞에서 우린 겸손해져야 하듯 전쟁으로 인해 100년도 살지 못할 인간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행복의 가치와 삶의 가치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이 글을 쓰면서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나도 내 몸 조금더 챙기며, 조금은 어긋났던 사람들에게도 좋은 것만 보도록 더 노력해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우리 진료소는 이런 경우에 교통비든 인건비든 환자분에게 청구하지 않아요. 이상하죠?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생각하시겠죠. 언뜻 봐서는 아무런 이익도 안 되는 행위 같잖아요. 하지만 와타난베 니시가모 진료소는 그 이상의 보이지 않는 뭔가를 환자분들에게 잔뜩 받아왔어요.     P.52

 

 

“그래도 방문간호사 하길 정말 잘했어요. 환자분들께 배운 게 참 많아요. 그분들은 내게 똑똑히 보여주셨어요. 도중에 고통스러운 지점을 지나간다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모두 편안하게 웃으며 떠난다는 것을요.”.    P.72~73

 

 

“이게 바로 재택의료였기에 가능했던 거잖아요. 누구보다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루를 보내고, 몸 상태를 보아가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걸 먹고 좋아하는 곳에 가고, 병원에서는 절대 못 할 생활이었죠.”.     P.317

 

 

마음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을 탐욕스럽게 해야 한다. 망설임 속에서라도 내 발이 가려는 방향으로 한걸음 내디뎌야만 한다. 소중한 사람을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큰 목소리에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가 지워져버릴 것 같다면 멈춰 서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성실하게 살아가려 하는 것, 그것이 종말기를 지내는 사람들이 가르쳐준 이상적인 ‘삶의 방식’ 이다. 적어도 나는 그들에게서 ‘삶’을 배웠다.     P.375~376

 

 

 

 





 

 

 

(이 도서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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