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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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정지음

빅피시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젊은 ADHD의 슬픔> 작가님의 두번째 신간 에세이.

가까운 남들에 대해 기록해놓고 싶어 가족부터 시작해 친구, 연인, 동료, 이웃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제목이 어찌나 동질감이 느껴지던지. 다양한 관계 속에서 괴로움에 이불속에만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런 타인들과 멀어져도 괜찮다고 위로해준다. 너무나 솔직하고 위트있는 지음 작가님의 이야기들이 마치 내 이야기같다.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그리고 타인의 조언과 걱정들 속에는 실속 없는 빈껍데기로 공허함을 느낀다는 작가님의 솔직한 내면 이야기. 모두가 같을 순 없는데 세상은 착하고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나다워지지 않으니, 수많은 것들이 나를 해치고 내가 나를 잃어간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살아가다보면 누구에게나 아픔과 고통은 주어진다. 느끼는 차이는 저마다 다르지만 참기 어려운건 마찬가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 자신의 탓으로 책임을 가한다.

누구에게 맞추어진 선의와 배려에 잠깐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함이지만 늑대같이 달려들고, 짐승처럼 짓밟고 올라가려하는 사회의 짐승들을 우리는 적지않게 마주쳤고 배척했고, 어쩌면 나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자책감으로 어려운 관계를 멀리시 하게 된다.

 

 

모두에겐 악한 나와 선한 나를 마주한다. ‘어떤게 진정 나의 모습일까?’ 생각하다보면 인간이란 정말 나약한 존재구나 다시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지음 작가님은 그럼으로 인해 스스로의 미침을 허용하는 인간만이 타인의 광기에도 조금쯤 유연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게 미칠 수 있음에 어쩌면 정의의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것.

한순간에 모르는 사이가 된 상대방과 나. 내 잘못이 아니기에 화도 많이 내고 당당하게 다른 사람에게 하소연을 구구절절 해보지만 결국엔 모든 것은 '시간의 힘'이 셌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렇게 화를 낼 필요도 그렇게 절교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이야기에 내 마음이 후끈거리기까지 했다. 나도 그런 뒤늦은 후회를 해본 경험 탓이다.

우리는 각자의 마음의 깊이가 다르다. 그렇기에 저마다 받는 상처와 오해의 깊이도 다르다. 그렇지만 조금만 '기다림'을 믿고 ‘시간’에 의지한다면 미워하는 마음도 '기다림' 뒤에 확인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에 어느정도 수긍하면서도, 내가 내 자신을 알기에 그렇게 참고 견디며 기다릴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들긴한다. ^^;;

 

 

타인의 이야기로 시작한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쓸 수 있을까? 싶을만큼 작가님의 이야기는 솔직하고 유쾌하다. 다양한 삶 속에서 만나는 누군가, 그리고 생각처럼 되지 않는 어긋나는 내 자신을 만나면서 나도 이랬던 적이 있었다면서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면서 조금씩 성숙한 어른이의 마음을 느껴본다.

관계 그 어려움에 허우적대며 힘든 모든이들에게 위로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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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너무 많지만, 내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내가 되길 원하지 않을수록 나는 더 고유한 존재가 되었다. P.18

 

 

타인을 너무 미워하다 보면 제일 싫어지는 것은 나였다. 나는 상대방의 바닥을 목도하는 과정에서 같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나의 바닥까지 견녀내야 했다. P.29

 

 

나는 마침내 내가 그리 착하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나빠지지도 않으면서, 허무맹랑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p.52

 

 

물론 살다 보면 비가 그치듯 홀가분하게 완료되지 않는 관계들도 있었다. 사람이 만든 장마에 갇힐 때면 내가 두 다리로 달려 그 속을 벗어나면 되었다. 도망이란 넓은 의미에서 러닝이기도 하니까, 잽싸게 속력을 올려도 괜찮았다. 안전한 곳에서 옷을 말린 후에는 비를 맞은 적 없는 것처럼 산뜻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P.86~87

 

나는 자주 우울하지만, 우울에 관하여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주위를 배회하던 우울이 자기 이름을 듣고 달려올까 봐 그렇다. 우울이란 자신이 깡패임을 숨기고 돌아온 옛 친구 같다. 재회하는 순간 나를 두드려 패니까 우린 결국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p.147

 

이런 삶도 있는 것이다. 자유와 방종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는 삶, 그런 모호함을 유지할 작정으로만 굴러가는 삶도 있는 것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즐거운 나의 집 속에. p.174

 

 

 

<이 도서는 해당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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