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소미미디어
“나는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
재일한국인 2세로 태어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활동중인 유미리 작가님의 장편소설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 일본인의 피가 흐르지 않지만 사회를 비판하고 손이 닿지 못해 불우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이야기를 알리고자 애를 쓰는 작가님이시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것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 아닐까.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의 주인공은 후쿠시마 출신의 타향살이 노동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친다. 첫 이야기는 전철 선로로 뛰어들어 죽은 주인공의 말로 시작하여 여태까지 겪었던 일들, 그리고 그 이후 미래의 일들을 그려낸다.
그는 1964년도에 개최된 도쿄올림픽의 체육시설을 짓기 위해 후쿠시마에 가족을 남기고 홀로 떠난다. 불행히도 결혼 후 가족과 생이별을 하면서 가족과 부모를 먹여살리기 위해 외롭게 돈을 벌어 가족을 지키지만, 원인모를 병으로 스물한살 아들이 먼저 죽게된다. 그 이후 부모님을 잃고 아내도 잃게 된다.
홀로 지내는 아버지가 가여워 손녀와 함께 사는 주인공은 그마저도 짐이될까 급 도쿄로 맨몸으로 떠나와 노숙자 생활을 하게 된다.
그 이후 동일본대지진 때 후쿠시마에 있는 손녀가 쓰나미에 휩쓸려 죽는 관경을 죽은 내 자신이 발견하게 되는 참혹한 현실을 그렸다.
노숙자들의 삶을 대신 대변해주는 이야기들을 읽어내려가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일자리를 찾아 가족과 이별을 한 노동자들은 거처가 없이 공원에서 연명하며 겨우 하루를 버티고 살아간다. 버림을 받았든 폐가 되어 도망쳐 나왔든 그들은 갈 곳이 없지만, 정부는 ‘특별 청소’ 라는 취지로 자국민들을 공원에서 무작정 쫒아내고 있다.
또 큰 태풍으로 노숙인들이 갈곳을 잃었을 때도 임시거처에서도 받아주지 않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수용했던 일본 정부를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노출된 방사능을 제거 작업원으로 갈곳 없는 노숙자들을 속여 일을 시키고 소모품처럼 버려지고 죽어가는, 자살하는 노숙자들의 이야기들이 묻혀지지 않도록 글로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있는 작가님.
아무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높여주는 유미리 작가님의 강인한 마음이 나에게도 느껴진다. 타향살이를 하는 작가님의 삶이 노숙자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와도 겹쳐진다.
그 고통을 알기에 또 다른 고통과 맞설 수 있는 힘.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작가님은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서 원전 반경 20킬로미터 이내 지역 ‘경계 구역’으로 지정되어 봉쇄된 곳으로 떠났다. 현재는 ‘경계구역’ 미나미소마시 오다카구로 이사해 서점을 운영중이다.
사라진 것들을 밝혀내려는 노력. 어둡고 외롭고 힘없는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작가님을 응원한다.
사진을 들고 다닌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지나간 사람, 지나간 곳, 지나간 시간은 눈앞에 존재했다. 항상 미래로 뒷걸음질 치면서 과거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다. 그것은 그리움이나 향수와 같은 달콤한 것이 아니다. 현재는 언제나 견디기 힘들고 미래는 두려웠기에,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한번 지나가버리면 늘 그곳에 있는 과거의 시간에 젖어 있었는데, 시간은 끝나버렸는지, 일시 정지 상태인지, 언젠가 되감아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영원히 시간에서 내쫓겨버렸는지, 모르겠다…모르겠다…모르겠다….. (p.26)
“임종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인간의 가장 잘못된 습성입니다. 좋은 임종이었는지 안 좋은 임종이었는지를 남겨진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이고 어떤 죽음이 안 좋은 죽음인지를 모두 자기가 판단하게 됩니다. (생략) 같은 죽음이라도 좋고 안 좋은 게 달라지는 건 그 판단 기준을 본인이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죽음에 대해 따져서는 안 됩니다. (P.77~79)
버릴 수 없는 지나간 추억은 모두 상자에 담아 잠갔다. 상자에 봉인을 한 건 시간이었다. 시간으로 봉인된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된다. 열자마자 과거로 굴러떨어지고 말 테니까. (P.112)
늘 여기 없는 사람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인생이었다. 곁에 없는 사람을 생각한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을 생각한다. 그것이 비록 내 가족이라 하더라도 여기 없는 사람을 여기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 없는 사람에 대한 추억의 무게를 말을 함으로써 줄이기 싫었다. 내 비밀을 배신하기 싫었다. (P.114)
달력에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 사이에 선이 그어져 있으나 인생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 사이에 구분이 없다. 누구나 혼자 다 떠안지 못할 만큼 방대한 시간을 안고, 살다가, 죽는다. (P.177)
“큰 재해가 생겨도 일본인은 폭동을 일으키지 않고 줄을 잘 선다. 협력하고 서로 양보하고 예의를 지킨다.” 그런 미담 뒤에 가려져서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원전 사고 당시 대피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분명히 존재했다.
재해 시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배제되었는지를 검증하고 다음 재해에 대비하는 규칙을 세우지 않는다면, ‘불편한 피해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배제당할 것이다. (P.200)
( 위 도서는 소미미디어 서평단으로 책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