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하재영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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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을 읽었을 때,
작가님은 어떤 집을 생각하며 이 책을 쓰셨을까... 내가 생각하는 그런 집을 떠올리며 쓰셨을까? 이런 마음속 질문을 해보았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초반부터 나는 나의 과거의 집에 대한 추억, 그리움, 기쁨과 슬픔 등 다양한 추억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도 작가님처럼, 어릴적 친구가 집에 놀러오면 환심을 사고싶은 마음에 별 것 아닌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여 자랑을 한다거나 쿨하게 선물로 주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이 책에서 작가님도 어릴적 나와 같은 사람이었구나 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이사를 자주 다녔었다. 부모님의 직장 탓에 주변의 모든 것들과 이별을 자주 겪었고, 바빴던 부모님은 그런 나를 위해 위로를 해준다거나 더 따뜻한 애정을 쏟아주지는 못하셨다.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이 어떤 의미의 시작인지 알지 못한 어렸을 때 나였고, 그렇게 성장했다.
그래서 기쁨보다 슬픔이 더 많았다.
할머니와 같이 살았던 사춘기 시절엔 쓸데없이 할머니를 향한 비난아닌 비난도 했고, 용기가 없어 방황은 마음속으로나마 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나니,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 모두가 겪었을 것들.. '그저 아무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구나' 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집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엄마가 떠오른다. 하루종일 일하며 집에서조차 편히 쉴 수 없었던 엄마.
집에서 엄마만의 공간이 없었구나.... 책을 읽고서 알게 되었다. 모든 엄마들의 공간. 즉 자리가 없다는 것을 엄마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고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얼마나 찾고 싶었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온다.

희노애락을 가족과 겪으며 안식을 취할 수 있게 해줬던 집에게 왠지 모를 고마움과 그리고 오래전 사라져버린 집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 그리고 가족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까지...
이 책이 아니었으면 가슴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옛날 추억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지난 추억들이 쌓여 단단한 지금의 내가 되었듯, 집들도 내 마음속에 단단한 그때 그 모습으로 자리잡고 오래토록 함께 할 것이다.

엄마에게 선물해드리고 싶은 따뜻한 집 에세이...

코로나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한 추억이 더 많을 요즘.
이 책을 가족과 읽어보면서 집이란 나에게 어떤 공간인지 이야기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 북성로에 살게 시작했을 때 엄마는 겨우 서른 살이었다. 가족 구성원들이 같은 성을 공유하는 집에서 홀로 다른 성을 지닌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서구 사회의 전통은 결혼한 여성에게 남편의 성을 따르게 하지만 한국 사회의 전통은 원래 성을 유지케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 사회의 여성을 주체적인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 아니라, 피가 섞이지 않은 여성을 가족 안의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부계 혈통주의에서 여성은 성을 따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감히 따르지 '못한다'. (P.25)


# 그리고 날에 저물면 성이 다른 한 여성에게 무급의 노동이 집중되는 가부장제 만연한 집으로 돌아갔다. 그 모든 기억은 이제 하나의 질문이 된다.
집은 나에게 무엇인가?
(P.28~29)


# '아등바등'라는 표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것은 '무언가를 이루려고 부단히 애쓰는 모양새'라는 의미였다. 돌이켜보니 아등바등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사는 것을 비참한 일로 여기면서 건성으로 살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동안 가족들은 나의 몫까지 아등바등 살았을 것이다. 나의 누군가의 몸부림을 밟고서 서울행 기차를 타고, 학교를 다니고, 집을 구하고, 글을 썼을 것이다. 내가 지낼 공간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간은 처음으로 스스로를 책임지기 위해 아등바등라는 순간이었다. (P.104)



# 집 안 구석구석에 엄마의 손길이 닿아 있었지만 그것이 엄마 자신을 위한 일은 아니었다. 엄마는 그토록 열심히 관리한 집에 원래 가족들조차 초대하지 못했다.(생략)
내가 거실과 주방에 없는 엄마를 찾으러 다니며 엄마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고 느꼈던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나는 엄마의 자리, 엄마의 일이 다른 어딘가, 다른 무언인가일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P.142)


# 누군가는 바깥에서 '중요하고 대단한' 성취를 이루는 동안 다른 누군기는 집 안에서 '하찮고 사소한' 일을 감당한다. 전자는 후자에게 빚진다. 후자는 전자에게 기여한다. 그러나 나는, 우리는 자주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가족 각자가 이룬 것은 엄마가 이룬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내가 기억해내는 것은, 엄마가 씁쓸한 얼굴로 이렇게 말할 때뿐이었다. "나는 평생 이룬게 하나도 없구나."
(P.144)


# 아빠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강인한 해결사-을 할 수 없을 때, (사라지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사라져야만 했다. (침묵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침묵해야만 했다. 가부장제는 약함을 여성성으로, 강함을 남성성으로 환원하므로 아빠는 자신이 강하지 못할 때 보이지도, 말하지도 말아야 했다. 아빠 또한 남성의 감정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의 피해자는 아니었을까? (P.166)


# 그립지만 그리워할 것이 남아 있지 않은 곳들, 낡아서 사라졌거나 낡기도 전에 사라진 곳들, 그곳에서 나의 과거도 휘발해버린 것 같았다. 오래된 장소는 사라진 것들을 대신한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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