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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내리는 물고기 - 캐캐로의 감성통신
차범석 지음 / 북앤월드(EYE)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사랑과 이별과 고독을 그림일기 형식으로 쓰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카툰집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책은 그 책들과 확실히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일단 언발런스하고 표정 없는 듯한 표정의 사람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그의 캐릭터들은 주로 슬프다. 참 행복한 날을 노래할 때조차도 그 캐릭터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하다(참 좋아). 슬퍼지면 오히려 표정을 감춘다(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있거나(사각틀) 우울할 때(계단의 우울증) 그는 사회부적응자처럼 사팔뜨기가 된다. 순간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 기우뚱하다.

그러한 내면의 벙어리와 부적응은 그의 글에서 함축적인 글과 '너'와의 거리두기로 나타난다. (그의 감성통신 대상은 '너'라는 존재다. 그 '너'라는 존재는 때론 첫사랑이었다가, 때론 그의 마음속에 간직한 상상의 베아트리체였다가, 그 자신이었다가, 일반 사람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때로 슬픔을 공유하길 바라는 '너'를 모른 체하기도 하고, '너'를 못 본 체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그의 속마음은 실연당한 그녀에게 손수건 대신 어깨를 빌려주고 싶어한다.

이 책이 특별한 두번째 이유가 거기에 있다. '너'에게 혹은 너에 관한 글을 끊임없이 쓰면서도 그 앞에서는 결코 매달리지 않고, 혼자 눈물 삼키고 돌아서는 캐캐로. 뭐랄까, 어딘지 고독하며 쿨한 현대인의 사랑과 소외감이 담겨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캐캐로의 통신은 단순히 그러한 절망의 독백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절대고독의 끝에서 그가 다시 돌아가는 곳은 바로 '사람의 마을'인 것이다. 거리의 수많은 무표정하고 황폐한 사람들. 캐캐로는 그들에게 말한다. 그대 아직 마르지 않은 심장을 느끼라고...!! 내 가슴에 지금 연둣빛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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