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스트 클론 1 - 복제 예수의 탄생
제임스 보사이너 지음, 유영일 옮김 / 북앤월드(EYE)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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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마디로 놀랄 만하다. 너무나 많은 스펙터클하고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어 시종일관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복제 예수’라는 SF적인 전대미문의 상상력이 그 하나다. 성경에는 일찍이 지구 종말의 시기에 예수가 재림한다고 예언하고 있다. 그런데 그 종말의 시기에 인간은 복제 예수를 만든다. 이제 신이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창조하는 것이다. 과연 그는 인류를 구원할 신적 존재인가. 아니면 불손한 인간이 만든 가짜일 뿐인가.

둘째, 실제 세계로부터 발아된 리얼한 스토리 전개야말로 이 소설의 백미다. “당국은 폭스 뉴스에 말하기를, 9.11테러 사건 이후 미국인들 스스로 무장을 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불법적인 무기 구입 또한 증가해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 뉴스가 아니다. 아랍인에 대한 미국인과 이스라엘인의 터무니없는 적의에 대해 소설 속 뉴스가 전하는 소식이다. 소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반목에서부터 시작하여, 9.11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등 기독교 국가의 아랍인에 대한 만행 등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성은 비단 소설 속 내용에서 끝나지 않고, 주 처리를 통해 정확한 출처와 연도까지 밝히고 있어 마치 실제 세계의 뉴스를 접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저자는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기독교에 대해 무조건 옹호만 하지는 않는다. 데커 호손 기자라는 ‘내부고발자’의 시선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이며 냉철한 시각을 잃지 않는다. 물론 그는 내부자라는 시선의 한계를 지니지만, 조지 오웰의 <1984>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속한 체제의 비밀을 하나씩 깨달아간다.

셋째 치밀하고 정교한 신학적 상상력과 논쟁을 꼽을 수 있다. 나는 비종교인인데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처음 접하는 성경조차 2천 년 전의 판타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흥미로웠다. 또한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뉴에이지 사상이 여러 동서양의 종교들이 혼합된 결과라는 사실 또한 새로 알았다. “만약 죽기 1분 전 자신의 전 생애가 기만의 세월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어떻게 할까?” 이 소설은 전 지구를 뒤흔드는 스펙터클한 모험들로 가득 차 있지만 책을 덮은 후까지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바로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자기구원의 문제였다. 그에 대해 저자는 단선적인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진리에로 가는 길은 언제나 열려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종교적 틀을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층을 한계 짓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 책의 주제의식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복제 예수, 이스라엘과 중동 문제, 세계 전쟁, 세계정부 등 민감하고도 세계적인 이슈를 다루면서도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그만큼의 무게감 있는 주제의식까지 끌어낸 <크라이스트 클론>에 저절로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 없다. 인간과 신, 진리와 위선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대중소설의 재미와 함께 진리를 향한 다양한 접근법을 심도 있게 이해시킴으로써 영혼의 카타르시스를 겪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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