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아간 사람은 없는데 할머니 청춘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하지만 청춘이 용기라면, 할머니는 아직도 청춘이다. 모래 언덕에서 할머니는 용감하게 모래 보드를 탔다.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인 기분. 모래밭을 걸어보니 이해했다. 그 때의 나는 세상 처량하고 팍팍한 세상을 살고 있었는데. 그래, 진짜 무서운 모래밭을 걸었지. 지금 여행하러 온 이 모래밭에서 그때를 추억하게 되네. 인생 참 알다가도 모르겠구만.
보면 볼수록 무진장 예쁘더라고. 유라야 저 높은 것은 뭐야? 에펠탑. 절대 절대 잊지 말아야지. 혹시나 치매 걸려 다 까먹어도 이펠탑은 안까먹어야지, 다짐했다.
할머니보다 훨씬 적게 살았으면서 나는 뭐가 그리 익숙했을까. 뭘 다 안다는 듯이 살았을까. 할머니 덕에 나도 ‘처음‘이 주는 설렘을 다시 느끼고 있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세상은 언제든 초면이된다. 나이가 많으니 세상에 무뎌졌을 거라는 내 생각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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