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란 무엇인가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고경문 옮김 / 페이퍼로드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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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한국에서 살아온 한국인이 생각하는 일본이란, 그리고 일본인이란 어떤 이미지를 지니고 있을까. 아마도 TV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포켓몬스터등을 보고 자란 젊은 세대는 국사교과서(최근에는 한국사라는 이름으로 개편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교과과목 개명이다)에서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로 배우는, 그리고 가까운 과거에 양국 간에 있었던 아픈 역사로 인해 고통을 준 일본을 어쩌면 더 과거 세대에 비해 일편적으로나마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세대가 아닐지 모르겠다. 일본 게임과 애니메이션, 드라마, 사극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과거 60~70년대 제2외국어로서 프랑스어와 독일어만큼이나 선택하는 고등학교 과정에서의 일본어 교육(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응시하는 것은 별개다)뿐만 아니라, 또 젊은 세대라면 한 번 쯤은 혼자서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다녀온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다. 과연 단순히 보고 듣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우리는 바로 옆 나라인 일본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는가. 지금이 문화인류학이라는 거창한 학문적 타이틀을 앞세워서 상대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전반적인 면에서 연구를 진행한 후 침략을 자행하던 제국주의 시절은 아니지만, 일본의 문화 컨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일본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십중팔구는 섬나라’, ‘방사능’, ‘극우정부’, ‘(연관해서)동물원등의 다양한 단편적이면서도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들이 등장한다. 최근에도 독도의 영유권을 놓고 소란이 있었고, 얼마 전에 일본 내의 총선으로 인하여 극우파로 알려진 아베 신조가 총리에 오르면서 한일 양국 간의 정치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보니, 한국인이 생각하는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나아가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 스스로가 과연 한국, 한국인이라는 자아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는 판에 일본, 일본인을 알아야 하는가는 질문에 빠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개인의 문제로 좁혀서 생각해 봤을 때, 진정한 를 파악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타자를 보고 이해하면서 역으로 를 이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가장 가깝고도 먼 일본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은 그 동안 먹고 살기에 급급해서 되돌려보지 못했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에 살펴본 일본인이란 무엇인가는 읽는 동안에 거듭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유익한 서적이었다. 다만 새로운 국화와 칼이라는 서문의 타이틀에 대해서는 후에 얘기하겠지만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본 서적을 소개하고 싶다.

 

2. 저자 서문

 

중학교 시절 독후감 대회에 참여하면서 반강제(?)로 읽을 수밖에 없었던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라는 책은 어린 시절에 일본에 대해서 그저 지도상에 있는 옆 나라라는 인식만을 가지고 있던 본인에게 내용이 전혀 와닿지 않는 책이었다. 억지로 이해해 보려고 한다면 일본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저자가 다른 민족에 대해서 정말 자세하게도 썼다는 인상만 받았을 뿐이었지, 그 책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인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인식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대학교에서 일본관련 강좌를 듣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내용을 찾아보다가 다시 읽어본 국화와 칼은 단순히 저자가 놀라울 만한 통찰력을 가졌다는 것뿐만 아니라 유교한자불교 등 유사한 모습을 지녔다고 생각했던 일본과 일본인이 이렇게나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소설이 아닌, 일본과 일본인이 만들어온 역사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이 책을 접하면서 거시적인 정치사 중심의 일본사 개론서와는 다른, 미시적인 측면에서의 일본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비록 분량이 연구서적에 버금가는 수준이었지만 지루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와중에 수강자들이 일본 문화에 대해서 편견 혹은 지엽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음을 거론하면서, 초보적 수준보다는 조금 더 일본에 대해서 알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서술했다고 얘기한다. 특히 서양인들이 일본인을 하이쿠우키요에오젠가부키와 더불어 어쩐지 기분 나쁘고 이해하기 어려운 민족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음(p.8)을 언급하면서 일본사가 가진 을 이해할 것이 아니라 그림자부분을 중점적으로 서술하고자 노력했다는 말을 하고 있다.




특히 서문에 과연 일본인을 연구한 책을 일본에서 출판하는 것이 의미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 최근에는 영어를 잘 하는 일본인이 많아졌지요. 그런데 그런 일본인에게 일본에 대해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서 놀랐습니다. 마치 미국인에게 일본을 물어보는 것 같아요.”(p.10) 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일본사에 대해 좁은 시각을 가진 외국인뿐만 아니라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국인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책을 집필했다는 글을 보면서, 최근에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나왔던 이 웃지 못하는 광고를 떠올릴 수 있었다. 미국에서 살다온 우리 아들 영어 점수가 왜 이런가는 질문 밑에 나온 국어 맞춤법은 그야말로 창피할 수준이지만(분명 수정된 답안을 보지 않고서는 정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자국어의 맞춤법을 잘 모르는 아이의 무지함이 아니라 자국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우리의 세태가 아닌가 하고 꼬집는 광고로 느껴졌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시중 서점을 가보면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국과 한국인을 이해하고자 나온 책들은 많지만, 본 서적과 같이 정작 한국인이 성립되어 온 다양한 역사적인 모습을 이해하면서 서술된 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분명 정치사 중심의 연구를 지속해온 역사학계에서도 반성할 일이긴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 역시 핑계를 대면서 스스로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지 돌이켜 보는 기회가 되었다.

 

3. 본문의 구성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한국 학자의 강연에서 일본이 이룬 것은 모두 한국을 모방한 것이다. 일본인은 독창성이 없다.’(p.19)라고 했던 그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반론할지를 당시에는 몰랐다는 말로 본문의 서문을 시작하고 있다. 본 글에선 일일이 모든 책의 본문 내용을 밝히기에는 종합인문서적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저자인 야마모토 시치헤이가 서술한 바를 (본문 전체를 뭉뚱그려서)간단하게만 정리하자면, 이 책의 내용은 바로 그 한국 학자의 강연에 대한 대답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각 장에서 실제로 일본의 역사에서 많은 부분이 모방에 의한 발전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곳곳에서 그 모방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일본인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후진 민족입니다”(p.29)라는 저자의 말에서 보듯이 일본이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 전반적인 면에서 뒤쳐져 있었다는 것 또한 인정한다. 일본과 일본인이 가진 특수성을 인류사적인 보편성에 견주어 우리는 매우 특출나고 독특한 민족이다는 식이 아니라 필요에 의한 모방, 그리고 상황에 맞는 모방의 개조였음을 겸손하게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역사를 진행하면서 일본인이 겪어온 바로 그 모방과 개조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라고 보면 부족하지만 적당한 소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책의 본문구성은 다이세이산텐코(大勢三轉考)의 일본-다테 치히로의 역사관이라는 프롤로그의 부제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다이세이산텐코(大勢三轉考)라는 책에서 나온 역사서술체제를 바탕으로 편집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의 역사서술체제로서 한국과 일본에서도 그대로 따랐던 년도별 서술인 편년체나 대의명분을 중심적으로 밝히는 기전체서술이 아닌, 씨족 시대율령 시대바쿠후 시대로 정치형태의 변화를 기준으로 역사를 나눈 다테 지히로의 서술체제를 받아들이면서, 저자는 '일본 역사는 일본을 기준으로 써야하지 서양의 기준으로 일본 역사를 서술하려고 하지 않겠다'(p.25)는 서술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분명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던져주는 내용임이, 중국이나 서양의 서술체제를 바탕으로 자국의 역사를 재단하는 것이 맥락에 맞지 않음을 지적하는 저자의 말에서 그러면 우리는 과연 한국과 한국인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서술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가령 고려시대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서술하면서 중국식인 기전체의 서술을 따랐지만 신라의 왕명을 중국식 왕호를 사용하지 않고 거서간-차차웅-마립간-으로 바뀌었음을 그대로 서술했다거나, 일연이 삼국유사를 서술하면서 신라의 정치형태의 변화를 기준으로 상대(성골)-중대(무열왕계 진골)-하대(범내물계 진골)’의 기준으로 서술한 점 등은 한국 역사를 한국의 기준으로 서술해야 맥락이 들어맞는다는 저자의 의견에 대한 한국의 전통서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은 일본 농사의 시작, 일본 문자인 가나의 창작, 율령제의 성립, 불교의 성립과 발전, 그리고 일본 역사에서 가장 독특한 무가(武家)의 등장, 화폐 문화의 발달, 잇키(一揆), 서양문화와의 조우, 기독교의 도래, 에도 막부의 바쿠한(幕藩)체제, 기술의 발전(특히 시계), 사상의 발달 등을 시대의 흐름을 기준으로 자유롭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내용이 시기적으로 연결이 될 수는 있어도 독립된 항목으로서 살펴보기에 편한 서술을 띄고 있기 때문에, 혹 관심이 있는 부분을 목차를 통해 찾아서 그 부분만을 읽어도 책의 이해에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가령 2012NHK에서 방영되었던 대하드라마 타이라노 키요모리(平淸盛)을 보고 무가의 등장과 일본에서 독특한 형태로 발전된 바쿠후의 정치적인 형태를 알고 싶다면 본 책의 제7장과 제8장을 중점적으로 읽고 이해한다면 충분할 것이다. 또는 일본인의 종교관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제5장을 읽고 훌쩍 뛰어넘어 제13장과 제14장 등을 읽어본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인 일본의 역사발전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책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에 충분하겠지만, 이 책은 그러한 사전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에필로그는 어떻게 메이지유신을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앞서 서술되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마무리 하고 있다. 저자는 에도 막부 말기의 인물인 유리 기미마사(由利公正)의 활약에 대한 이야기로 메이지유신의 성공이유를 대신하고 있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유신의 성공은 바로 그때까지 축적된 일본의 역사를 활용했기 때문”(p.605)라고 하고 있다. 바로 이 책에서 제시했던 모방과 개조의 일본역사의 축적이 유신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메이지유신이 정말로 성공한 개혁인가에 대한 얘기는 뒤로 하고서라도(물리력을 동원한 개혁이었기 때문에 결국 뒤에 군부독재의 기반이 되었다는 연구도 있다) 한 민족의 발전상을 다양하게 종합적으로 정리했다는 것은 이 책이 앞으로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소개에 있어서 좋은 책으로 기억이 남을 듯하다.

 

4. 마치며

 

본 글의 서문에서 이 책이 새로운 국화와 칼이라는 소개글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지녔다고 언급을 했다. 국화와 칼이 일본인의 이중적인 면, 특히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서양인의 기준으로 볼 때의)일본인의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어두운 면에 집중해서 서술을 했다고 하면, 본 서적인 일본인이란 무엇인가는 딱히 저자의 서론에서처럼 그림자를 집중했다고 하기에는 그렇지 않은 내용이 담겨있는 듯해서 그런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우리가 그림자라고 하는 대비되는 단어에 대해서 흔히들 상상하게 되는 (부정적인 의미의)‘그림자라는 단어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일본 문화의 소개글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학적인 측면에서 고찰을 한 국화와 칼의 새로운 버전이라기보다는,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고찰을 한 일본역사문화 입문서로서 이 책의 성격을 규정하고 싶은 마음이다.

저자 역시 서문에서 일본인에 대해서 물어보는 외국인들에 대해 어떻게 질문을 해야 할지 몰라서 내용을 정리하려고 했다는 말로 책을 시작하여, 말미에서는 이 책을 통하여 누군가로부터 일본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이 분야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라든지 저는 일본을 전혀 모릅니다라고 해서는 안 된다(p.611)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맺음하면서 서술목적을 밝히고 있다. 단지 일본인이 왜 다른 민족과 비교해서 유별나 보이는지를 항변하듯 하는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국과 자국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책이다.

과연 우리는 한국에 대해서 질문해오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로 받을 수 있을까? 최근에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한류, 한국의 음식문화 등 단편적인 대답밖에 할 수 없지 않을까. 이 책에서 서술한 것처럼 간단한 내용으로나마 종합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한국과 한국인을 소개할 수 있을까. 최근에 더욱더 약화되고 있는 학교에서의 국사 교육과,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매몰되어가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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