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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천국, 쿠바를 가다 - 세계적 의료모범국 쿠바 현지 리포트
요시다 타로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11년 5월
평점 :
‘쿠바’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체 게바라’ ‘야구를 잘 하는 나라’ 미국과 사이가 안 좋은 나라’ 정도일 것이다.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의료체계’가 잘 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쿠바에 조금 관심이 있어서 의료체계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얼핏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는 몰랐다. 마침 일간지 신문의 책을 다루는 지면에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가 소개되었고 쿠바의 의료체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쿠바의 의료체계를 중심으로 예방의료, 대체의료, 의료외교, 복지제도 등에 대해서 다루었다. 먼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쿠바의 의료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자면, 쿠바에서는 국민 당 의사수가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히 높아서 전국민이 거의 무료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쿠바인들은 살아 있을 때에는 가난하지만 죽을 때는 부자와 똑같은 병으로 죽는다(p103)’는 말로 잘 표현된다. ‘모든 아이들에게 13종의 백신접종’을 무료로 하여 근본적으로 질병의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제제재와 든든한 지원국이던 소련의 붕괴로 의약품 공급이 부족한 위기에 처하자 동양의학을 접목하거나 자체 연구개발, 정보화의 이용 등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분야는 의료외교였다. 쿠바는 세계 어느 곳이든 재난이 발생하면 의사를 파견했다.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에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의사들을 파견했고, 심지어 자국에 적대적인 미국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피해를 입었을 때 도 의사 파견을 제의했다. (이는 미국이 거절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단순히 치료만을 제공하고 돌아오는 수준의 봉사가 아니라 가지고 간 의약품을 기증하고 현지 의사들에게 교육도 하고 돌아온다고 한다. 보다 장기적으로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다. 의사 파견만이 아니라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서 태어나 방사능 피해를 입은 아이들을, 세계의 어느 나라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이 아이들을 쿠바로 데려와서 치료를 해서 돌려보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의료 실태가 종종 떠올랐다.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1X위이고 의료관광(주로 성형)을 오는 외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의료에 대해 그다지 만족을 못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최근 3년 이내에 2곳의 대학병원을 방문했는데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한 곳의 의사는 TV출연도 몇 번 했을 정도로 유명한 것 같은데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괜히 영어나 섞어 쓰는 등 권위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내최고의 대학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대기할 때는, 두 아이를 데리고 힘들게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검사 결과서 달랑 한 장을 받고 울분을 토하는 사람도 보았다. IT강국이라면 간단한 검사 결과는 온라인으로 알려줘도 충분하지 않을까. 게다가 의사와 약사의 기득권 싸움도 끊이질 않는다. 반면에 ‘쿠바에서는 병을 낫게 하는 것이 비즈니스가 아니다(p142).’ 돈, 명예, 권위보다 인간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마침 책을 읽는 사이에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명문대 의대생’ 사건이다. 이런 사건을 보면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인재 선발과 교육 모두가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닐까? 의료체계 및 의료교육에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할 텐데, 쿠바의 의료체계가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의 의료가 불만족스럽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