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라서 1 - 기억의 열쇠 사계절 만화가 열전 10
김수박 지음 / 사계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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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라서>가 드디어 우리 집에 도착했다.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이 카세트 라디오를 어깨에 걸친 아재와, 쌍절곤 든 아재가 그려진 책 표지 모습이었다.
적당하게 배에 인격도 쌓인 것이 딱 우리 나이의 아재 모습이다. 어깨의 카세트 라디오와 손에 든 쌍절곤이 눈에 익은 것은 우리 또래들이 저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리라. 표지가 우선 마음에 들었다.

김수박 작가는 90년대를 배경으로 학창시절을 <아재라서>에 그려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아재'의 자기 성찰 만화라 할까.처음에 고독의 힘으로 연재되는 만화를 읽을 때는 그냥 청소년기를 지내는 남자들의 이야기라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완결판으로 나온 책을 다 읽어보니 해결하지 못한 마음의 짐을, 혹은 빚을 되돌아 보고 푸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기에 남자들의 세계를 모른다. 하지만 나는 때로는 갑효에게, 때로는 영도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만화를 읽었다. 나와 작가가 같은 시대를 살았기에 그 시대 배경에 공감이 가고, 나도 부조리에 외면하거나 침묵하기도 했기에 그 기억이 떠올라서 이기도 한 것 같다.

어렸을 때 난 우리가 어른이 되면 세상이 정말 많이 달라져 있을 줄 알았다. 세상을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경험했던 사회가 부조리 하고 불합리했던 사회였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벗어나기 힘들다. 누군가 길잡이가 필요했으나 그런 사람은 없었고 어리고 약했기에 그냥 받아들이고 순응할 뿐이었다.

그런데 작가는 기억하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과거에서 그 기억들을 다시 꺼내어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불의에 저항하려는 한 친구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참지 말라고, 더 이상 참지 말라고... 그리고 힘들 때 묵묵히 옆을 지키며 같이 하는 이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혼자는 외롭다. 하지만 누군가가 같이 할 때는 외롭지 않다. 서로 의지하며 보듬어 가며 그렇게 앞으로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으니까. 누군가 같이 한다는 건 외롭지 않을 것이고, 왕따가 아닌 깍뚜기로 서로 어울리는 사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을 읽을 수록 전에는 불의에 저항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급급했지만 이젠 더 이상 침묵하진 않겠다, 도망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책 속 곳곳에 느껴진다. 그래서, 이 만화가 감동스러웠다. 추억에만 끝나지 않고, 반성과 변화하려는 의지가 엿보여서..

그래서 작가의 말처럼, 남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는 '꼰대'말고, 과거에만 집착하는 '꼰대'말고.. 포기하지 않고 혼자 굴복하지 않고 싸워왔던 누군가를 기억하면서 이왕이면 '좋은 아재'가 되길 기원해 본다.

덧붙여, 누군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 생각하는데 김수박 작가가 그러하다. <아재라서>는 읽고 나서도 여운이 남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었다. 좋은 책을 그린 작가의 노고에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이 책을 아지매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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