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 날라리 X세대의 IMF 이야기
김수박 지음 / 뒹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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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박의 <타임캡슐>을 읽고..

김수박 작가가 "날라리 X세대의 IMF이야기" 라는 라는 부제를 달고 <타임캡슐> 이라는 책을 냈다고 했을 때 두 가지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랐었다.

93년 즈음에 친구가 'X세대의 특징'에 대해 레포트를 써 가야 한다며 "넌 X세대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해?"라고 나에게 물어봐서 '개인주의, 합리주의, 개성이 강함, 자유로움' 이라고 대답했던 기억....

즐기고 놀고.. 풍요로운 세대..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취업이 될 거라 생각했던 세대... MT와 과팅과 낭만이 있던 때.. 사회운동, 학생 운동에서 벗어나 개인을 추구 하던 때..그게 내가 학교를 다녔던 93년...X세대의 생활이었다.

그리고 IMF가 터진 97년에는 영등포 일대를 담당했던 우리 지국 학습지 교사들이 하나같이 실적이 떨어져 고전을 면하지 못해 결국 단체로 교육을 빙자한 징계를 받으러 강남의 지부로 갔었는데 그때 담당관이 우리에게 했던 이야기... " 아니, 왜 영등포만 그렇게 힘들어요? 강남이나 다른 곳은 괜찮은데 왜 그쪽만 실적이 이렇게 떨어지냐구요?" 그때 우리는 모두 영문을 모르니 얼굴만 바라 보았었다. 나중에서야 영등포시장 일대를 기반으로 생활하는 중소 상인, 사업자들이 이미 IMF 전에 줄도산이 나는 중이었다는 걸 깨달았었다. 그렇게 나와 갑효는 거센 IMF를 몸으로 겪었다.

<타임캡슐>에서도 나랑 별반 다르지 않은 갑효가 보인다. 워커맨을 들고 다니고, 동아리에 들고 만화를 그리고, MT를 가서 게임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사랑을 하고,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고 꿈을 이야기하고 '서태지와 아이들'노래를 듣고....
책 속에는 갑효와 내가, 내 친구들이 있었다.

책은 IMF전후로 두파트로 나눌 수있다. 호황을 누리며 여유자적한 낭만적인 대학생활은 IMF로 그 찬란한 시절이 끝이 났다. 1997년 제대한 갑효는 IMF로 꿈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그 사이에서 갑효는 현실감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꿈이 있었으나 세상은 그들이 꿈을 이루게 두지 않았다. 그래서 꿈을 버리고 현실을 이겨내려 아둥바둥 애쓰는 갑효의 친구들이 더 안타까워 보이고 안쓰러웠다. 그 시대에 IMF는 어느 개인에게 닥친 일이 아니라 우리 나라 모든 사람에게 닥친 일이었고 운좋게 그 회오리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기쁨과 더불어 죄책감도 느껴야 했던 시대였었다. 그 와중에도 꿈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갑효의 모습이 힘겨워보이면서 대단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렇게 힘들게 달려와 보니 어느새 우린 4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고 꿈이 있었던 원재의 허무한 죽음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각자도생...어찌보면 X세대의 개인주의도 비슷한 맥락으로 느껴지는데 원재의 죽음이 각자도생으로 사느라 바빠서 챙기지 못해서 벌어진 것 같다는 안타까움... 꿈과 정이 있었던 원재... 인생의 타임캡슐이 있다면 "나는 세상이 어려워져서 선택한 '각자도생'이란 말이 너무 가슴 아프다. 그 타임캡슐에서 빼내어버리고 싶다."에서 그 꿈을 버리고 현실을 이겨 나가야 했던 친구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이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슬픔에서 넘어서 "힘들다면 서로 손을 잡고 살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것이 연대 아닐까..." 라고 김수박작가는 말한다. 연대를 하고.. 이해를 하고.. 나중에는 모두가 원하는 공정한 사회도 이루고..

40대 중반으로 들어선 지금... 각자도생하느라 바빴던 우리가 이제는 주변을 돌아봐야 하는 건 아닌지...김수박 작가의 책을 읽으며 X세대였던 나와, 내가 겪었던 IMF와 내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중간중간 들어있던 그 시대의 노래와 가사들이 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한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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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라서 1 - 기억의 열쇠 사계절 만화가 열전 10
김수박 지음 / 사계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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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라서>가 드디어 우리 집에 도착했다.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이 카세트 라디오를 어깨에 걸친 아재와, 쌍절곤 든 아재가 그려진 책 표지 모습이었다.
적당하게 배에 인격도 쌓인 것이 딱 우리 나이의 아재 모습이다. 어깨의 카세트 라디오와 손에 든 쌍절곤이 눈에 익은 것은 우리 또래들이 저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리라. 표지가 우선 마음에 들었다.

김수박 작가는 90년대를 배경으로 학창시절을 <아재라서>에 그려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아재'의 자기 성찰 만화라 할까.처음에 고독의 힘으로 연재되는 만화를 읽을 때는 그냥 청소년기를 지내는 남자들의 이야기라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완결판으로 나온 책을 다 읽어보니 해결하지 못한 마음의 짐을, 혹은 빚을 되돌아 보고 푸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기에 남자들의 세계를 모른다. 하지만 나는 때로는 갑효에게, 때로는 영도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만화를 읽었다. 나와 작가가 같은 시대를 살았기에 그 시대 배경에 공감이 가고, 나도 부조리에 외면하거나 침묵하기도 했기에 그 기억이 떠올라서 이기도 한 것 같다.

어렸을 때 난 우리가 어른이 되면 세상이 정말 많이 달라져 있을 줄 알았다. 세상을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경험했던 사회가 부조리 하고 불합리했던 사회였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벗어나기 힘들다. 누군가 길잡이가 필요했으나 그런 사람은 없었고 어리고 약했기에 그냥 받아들이고 순응할 뿐이었다.

그런데 작가는 기억하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과거에서 그 기억들을 다시 꺼내어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불의에 저항하려는 한 친구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참지 말라고, 더 이상 참지 말라고... 그리고 힘들 때 묵묵히 옆을 지키며 같이 하는 이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혼자는 외롭다. 하지만 누군가가 같이 할 때는 외롭지 않다. 서로 의지하며 보듬어 가며 그렇게 앞으로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으니까. 누군가 같이 한다는 건 외롭지 않을 것이고, 왕따가 아닌 깍뚜기로 서로 어울리는 사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을 읽을 수록 전에는 불의에 저항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급급했지만 이젠 더 이상 침묵하진 않겠다, 도망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책 속 곳곳에 느껴진다. 그래서, 이 만화가 감동스러웠다. 추억에만 끝나지 않고, 반성과 변화하려는 의지가 엿보여서..

그래서 작가의 말처럼, 남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는 '꼰대'말고, 과거에만 집착하는 '꼰대'말고.. 포기하지 않고 혼자 굴복하지 않고 싸워왔던 누군가를 기억하면서 이왕이면 '좋은 아재'가 되길 기원해 본다.

덧붙여, 누군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 생각하는데 김수박 작가가 그러하다. <아재라서>는 읽고 나서도 여운이 남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었다. 좋은 책을 그린 작가의 노고에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이 책을 아지매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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