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처음에는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너무 적나라하고 야해서.
욕도 서슴치 않고 서로 해대는 커플,
다양한 체위에 대한 추억들.
어긋난 관계들.
상상뿐인 상대들.
이 모든 것들이 사람의 본능 안에 잠재되어 있는 사랑에 대한 감정들이었고
그것을 그대로 끄집어 냈을 뿐이라는 걸 아는 순간 더 놀라게 된다.
내 안에 짐승이 사는 걸까.
사실 그렇다.
다만 그걸 인정하거나 드러내지 않았을 뿐.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을 읽으면 보다 솔직한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연애를 하면서 울고불고 싸우고 뜯고 좋았다 식었다를 반복하며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듯
이 책은 그런 내면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사랑에 대한 다양한 감정과 추억들이 들어있다.
주로 쓸쓸하고 우울한 색깔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색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다.
섬세한 묘사와 인물간의 대화들은
단편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준다.
그래서 야함이 더 야하게 느껴지는 묘한 기분.
여자 : 잘하는 편이에요?
남자 : 네?
여자 : 잘하는 편이냐고요.
남자 : 잘하는지는 모르겠고 좋아하는 편입니다.
여자 : 칭찬받는 편인가요?
남자 : (웃으며) 칭찬에 후한 여자들을 만나는 편이에요.
여자 : (웃으며) 큰가요?
남자 : 그건 보면 알 일 아닌가요. 열심히 키워보시든가요.
/
-내가 이기면 우리는 오늘 자는 거야. 니가 이기면 집에 가는 걸로 하자.
-비기면요?
-그럼 키스만?
남자는 스스로가 병신 같았지만 불행히도 꿈은 달려간다. 남자는 누가 멈춰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러면요….
여자가 입을 뗀다. 그녀의 눈은 갑자기 뚜렷해졌다.
-전 가위를 내겠습니다. 꼭 가위를 낼 거예요.
그녀는 장난기 어린 얼굴로 생글생글 웃고 있다.
남자는 곰곰이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찰나의 시간에 생각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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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함보다 부끄러움이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감추고자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오갈 데가 없어진 너의 수치스러움에서 드러는 관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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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통증과 닮았다. 침대 위에 누워 있을 때 후회가 조용히 나타난다. 어둠 속에 눈을 떠서는 내 위로 조용히 가라앉고 견딜 수 없게 나를 누른다. 아마도 견딜 방법이 없을 것 같을 때 나는 후회를 견디게 된다. 후회는 조용히 물러서고, 난 다시 나의 시간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