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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천 할머니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59
정란희 지음, 양상용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무명천 할머니 / 스콜라
불타는 집 부엌에서 곡식 항아리를 들었습니다.
텃밭을 향해 달려나가는 그 순간 얼굴이 거대한 쇠몽둥이에 휘둘려 맞은 듯 꺾였습니다.
턱에 총탄을 맞고 쓰러져 평생을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았던 할머니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로만 기억되는 그곳에 제주 4.3이라는
슬픈 역사가 있다는걸 알고 계시나요?
토벌대는 '초토화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마구 죽였습니다.
7년 7개월동안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되었습니다.
그날들의 피와 불과 연기와 숱한 사람들의 비명과
울음을 감추고제주는 아름다운 섬으로 다시 피어났습니다.
치료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무명천으로 얼굴을 싸맸습니다.
턱이 없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물에 만 밥이나
죽같은 것 뿐이었습니다.
말을 할수도 없이 평생을 고통속에서 살다간 진아영할머니
아영은 집 앞 돌담 아래에 앉아 볕을 쬘 때도 문을 잠그고
나갔습니다.
안방 문도 대문도 걸어 잠갔습니다.
누가 자신의 집에 들어와 물건을 훔치고 뺏어간다는
망상에 시달렸습니다.
고향 마을을 떠나 아영은 혼자서 살아갔습니다.
집과 병원 그리고 시장에 가는 것 외에는 세상과 소통하지
않았습니다.
턱이 없는 얼굴을 가릴 무명천을 사러 시장에 가면
상인은 "할망은 언제나 깔끔하시우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아영은 경찰과 군인만 보면 겁에 질려 온몸을 떨었습니다.
물질을 하고 돌아와 아이들과 마주치면 그 애들의 손에 전복과 문어를 쥐여주었습니다. 붉은 해가 가라앉은 바다를 보며 아영은 깊은 비명을 삼킵니다.
뒷면 제주4.3에 대해 나옵니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합니다.
안타까운 건 당시 희생당한 대부분이
이념이나 사상 같은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와
어린아이들, 힘없는 노인, 평범한 동네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책이 너무나 재미있다며 매일매일 보고 있어요.
진아영 할머니는 턱에 총을 맞아 말도 못하고 먹지도
못한다며 가슴 아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