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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리스너 1
쥬드 프라이데이 지음 / 므큐 / 2022년 2월
평점 :
<굿 리스너>는 내게 새로운 계기가 된 만화다. '내가 앞으로 계속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 스스로 던진 질문에 '내가 그리고 싶으면 그리는 거지'라는 대답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굿 리스너‘는
지금도 활발히 연재가 진행되고 있는 작품으로 1화부터 14화까지 네 편의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묶어 출판된 웹툰이다. 매주 일요일 네이버 웹툰에 업데이트된다. 현재 44회차까지 올라와 있다. 궁금하시다면 지금 당장 들러보시길.
저자인 '쥬드 프라이데이'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는 웹툰 '길에서 만나다'와 '진눈깨비 소년'을 그렸던 작가다. 두 작품 모두 보았고 이번 굿 리스너 또한 띄엄띄엄 보다가 미안하게도 저만치 밀어놨던 작품이다. 단행본을 받아보니 내가 이미 웹툰으로 감상한 이야기들이었다. 확인해 보니 나는 다섯 번째 이야기를 보다가 스톱해둔 상태였다. 책에 빠져 사는 시간들이 이어지면서, 웹툰에게 소홀했었다.
얼마나 오래 안 들여다 본 것일까. 이야기들은 드문드문 생각이 날 뿐이었다. 역시나 요즘에는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 기억이란 녀석이라. 그래서일까 이야기들은 새롭고 반가웠다.

인기 없는 만화가인 '쥬드'씨는 1년 정도 한국을 떠나게 된 대학 선배가 운영하던 '고민 상담소' 사무실을 대가 없이 작업실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대신 조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방문객이 오면 고민을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는 거였다. 그렇게 고민 상담소에서 작업을 하던 중에 손님들이 방문한다. 손님들은 자신의 고민을 풀어 놓고 쥬드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을 그린다.
현재 진행형인 '굿 리스너'의 단행본 1권인 이 책은 '오래된 고민 상담소, 오로라 연인, 듀엣, 동수 이야기' 이렇게 총 4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쥬드가 만난 첫 손님인 남자의 사연은,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다.
두 번 째 사연으로 방문한 사람은 여성으로, 계속된 엇갈림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던 연인이자 남편이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세 번 째 온 손님은 초등학교 6학년 소녀. 소녀의 단짝 친구와의 진한 우정에 관한 사연이다.
마지막 방문자는 중년의 여성으로 발달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들 동수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고민 상담소를 방문하는 위의 주인공들은 다들 특별한 존재들이다. 방문자들은 한결같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또 그 사람들을 걱정한다. 그들은 고민을 들으며 쥬드가 그린 그림을 그들의 이야기 속 주인공에게 전해주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쥬드는 흔쾌히 그 부탁을 들어준다. 이를테면 쥬드는 두 사람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만화에는 약간의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약간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쥬드 같은 '다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남은 자에게 슬픔만 있는 채로 아픔만 있는 채로 그저 묵묵히 현실을 견뎌야 하는 것은 무척이나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 떠나는 자 또한 미련 없이 여한없이 떠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일 테니까.
느닷없이 닥치는 이별을 느닷없지 않게 서로 따뜻한 작별의 인사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매개가 되어주는 쥬드 같은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
각각의 에피소드 속에는 사내연애라든지 사기, 왕따, 장애인 등의 사회 문제들도 버무려져있어서 그저 가볍게 보고 지나칠 수 없는 무거움도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엔딩은 그들의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바랄 수 있어서, 새드 속에 해피가 있어서 좋았다.
이야기들은 어느 하나를 딱 꼽을 수 없을 만큼 네 편 다 스토리가 와닿았다. 가장 아프고 가슴이 시렸던 이야기는 아무래도 동수 이야기 편이라고 해야겠다. 해피엔딩이라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동수의 앞날에 행복만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른 인물들에게도 밝은 날들만 이어지길 바라본다.
쥬드 프라이데이의 작품은 배경이 무척 아름답다. 하나의 풍경만으로도 기분좋을 수 있다면 그걸로도 괜찮다. 내용은 잔잔하지만 감동을 넉넉하게 내어준다. 눈물과 웃음도 함께 있다. 대사들도 아름답다. 이 웹툰을 볼 이유는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모두 한 편의 드라마다.
웹툰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봐도 좋겠다.

'굿 리스너'.
가만히 제목을 바라보는데 자꾸만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진정 굿 리스너인가.
당신은 어떻습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