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 물푸레 물푸레
조호상 지음, 이정규 그림 / 도깨비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은 '참 아름답고 재미있다'는 것이였다. 참 쉬운 말처럼 보인다. 아름답고 재미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고 어느 작품에나 쉽게 붙여지는 수식어구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정말 얻기 힘든 수식어구일 수 있다. 요즘 재미있다는 것은 참 많지만 그러한 것들은 대개 폭력적이고 상스러울 뿐 아름답지 못하다. 그리고 아름다운 작품들은 전문가들의 호평만을 받을 뿐, 대중이 느끼기에 재미없는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히 재미있고 아름답다.

물푸레, 물푸레, 물푸레. 이 책의 제목을 소리내어 읽다보면 좋은 느낌이 난다. 상큼한 과일을 사각사각 씹는 느낌이랄까. 아마 작가는 이 좋은 느낌 때문에 주인공을 물푸레 나무로 하였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쉬운 어휘와 이야기의 쉽고 재미있는 진행, 뚜렷한 위기와 결말 등 아이들이 읽었을 때 분명히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실감나고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있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이 아이들에게 재미만을 줄 글은 아니다. 많은 교훈을 함께 줄 수 있기에 더욱 유익하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물푸레 나무와 동화된 심정을 느끼기 때문에 자연의 사랑스러움과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포크래인이 등장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자연히 자연을 파괴하는 포크래인이 나쁘다고 생각하게 되고, 꼬마물떼새의 알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보며 자연을 괴롭히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이 분명 아이들을 위한 동화인 것은 사실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분명히 아름답다고 느낄 만한 글이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보는 자갈밭의 이야기.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이런 장소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공감을 느끼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것 같다. 책 처음 물푸레 나무의 소개를 들으면서 우리는 어린 시절 그 느낌으로 돌아가 물푸레 나무와 동화하게 된다. 그리하여 물푸레 나무가 꼬마물떼새의 알을 지키기 위해 악을 쓸 때, 우리도 마음 속으로 물푸레 나무와 같이 알을 지키기 위해 악을 쓰게 된다. 결국, 2번의 실패를 거치고 포크래인, 오소리, 아이들의 위협을 모두 간신히 피한 후 알이 깨어나게 될 때, 우리는 마음 속의 환희를 느낀다. 생명의 경의를 느끼게 된다. 이 부분은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그만/ 눈을 감네'라는 이호우님의 개화라는 시가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에 대한 신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간만에 참 아름다운 동화를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 마디 쉽지만 아름다운 어휘를 고르신 작가님께 존경을 표현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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