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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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완성이 결혼이라는 생각은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요즘 세대들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이번 책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것이 아닌 그 너머의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작가의 말에 소설 속에서 보여주는 세상은 어떤지 궁금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소설에는 여러 세대의 커플들을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한다.

60년대에 태어나 팔구십 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 민주화 투쟁이 큰 화두였던 시기였음에도 역시나 그들에게도 이십 대 초반은 서툴고 치기 어린 청춘의 시절이 이었다.

정우는 천재적인 두뇌로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일명 강남 출신 아이들과 너무도 달랐다.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했지만 그의 학벌과 남다른 눈빛에 몇 번의 사랑이 찾아온다.

사랑이 달콤한 것만이 아닌 혼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또다시 찾아온 사랑을 거부하지 않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여자와 동거면서 동시에 과거 그를 흔들었던 첫 여자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하지만 역시 시대적 흐름이었을까? 그는 동거하는 이와 결혼을 하지만 결국엔 좋지 않은 마무리를 하게 된다.

정우의 딸인 팔 구십 년대생 쯤 되는 이들의 사랑.

개방적인 것 같으면서도 아직도 미혼모와 동거에는 거부감이 있는 한국 사회에서의 연애란 어떨까.

결혼이 필수가 아니란 것엔 물론 기성세대인 나도 동감하지만 그것을 내세워 이상한 논리를 펼치는 이들이 있다.

사랑이 꼭 하나여야만 하냐는 물음을 던지며 여러 명과의 동시 연애, 그것을 자유연애라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이 부분을 읽다 보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에로틱한 우정'이라는 것으로 여러 여자들과 동시에 관계를 갖는 토마시와 얼마 전 읽었던 <아내들>에서 세스가 했던 대사 '난 당신들 모두를 사랑해, 서로 다르게 그리고 똑같이'가 떠올랐다.


주인공 한나는 자신과 동거하면서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는 동거남을 떠다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는 지지한다.

그 형태가 동성일 수도 있고, 비혼 주의자들 간의 동거 관계일 수도 있다. 물론 서로 다른 인종과 나이차 많은 커플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것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꼭 묶여있지 않더라도) 동시에 여럿을 마음에 담고 관계를 맺는 게 가능한가?

'현재의 결혼은 근대 낭만주의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생아 일지도 모르겠네요.'

책 속에 이 말에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 사랑에 빠진 순간은 그 사랑이 평생 갈 것처럼 언제나 생각한다. 물론 몇 번의 실패를 하면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매번 그 순간만은 이 순간이 영원할 거라는 무모한 생각을 하게 되고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간다.

'결혼 없는 사랑'을 하고 싶다면 신념대로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랑 없는 결혼'을 절대 견딜 수 없다면 최소한 그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야 옳은 것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특히나 이미 제도 안으로 들어갔다면 일정 부분의 책임감을 가지고 관계에 임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소설은 처음 여러 등장인물과 시간에 어긋난 배열 때문에 조금 어리둥절한 부분도 있었지만 나보다 더 앞서거나 혹은 더 뒷선 세대의 연애관과 결혼, 사랑 이야기가 굉장히 현실적이라 몰입하면서 읽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등장인물을 통해 독자는 간접 경험을 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며 사고가 유연하게 되는 순기능이 있다. 이번 소설은 특히나 나와는 다른 세대들의 생각을 좀 더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스스로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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