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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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표지와 제목을 보고 일본 소설인가 생각했었다. 히라이스라는 어감이 딱 일본어 느낌이다 생각했지만 '히라이스'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뜻하는 웨일스 어라고 한다.

고호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작 '악플러 수용소'가 악플로 인한 사회 문제를 고발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문체와 스토리로 눈을 사로잡았다면 이번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여러 작은 이야기들을 보여주며 교훈을 준다. 물론 이번에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스토리와 감동은 당연했다.



히라이스는 여행사다. 특이한 점은 과거로의 여행을 한다는 점.

물론 그 특별한 여행에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과거의 잘못을 덮고 현재를 즐기는 이에게 찾아가 따끔한 일침을 놓는 이야기가 첫 번째 이야기인 '해피 크리스마스'다.

"과거에 범죄를 두고 온다면, 미래에는 반드시 값을 치르는 게로군!"

이어진 두 번째 이야기는 뒤에 나오는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한다. 이산가족 상봉에서 만난 아버지. 뱃속에 있었기에 아버지 얼굴을 실물로 처음 본 아들의 원망이 고스란히 담긴 사연은 다시금 상봉 장소로 가 트라우마를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의 이면에 있는 놀라운 아버지의 사연이 뒤에 소개되며 마음을 찡하게 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족보에 얽힌 사연에 그저 웃고 말았던 이야기.

자신 때문에 이혼도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산 엄마의 맞선 자리로 간 딸의 이야기도 참 흥미로웠다. 처음엔 그저 막고 싶었던 결혼. 하지만 그 결혼이 없었다면 자신도 없을 것을 안 젊은 날의 엄마는 여전히 그 길을 택하며 찡한 감동을 준다.

과거의 유명한 역사적 인물을 만나 죽음에서 구하려고 싶다거나, 역사적 사건 현장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들은 히라이스를 찾는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역시 만우절 날 정말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난 장국영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허구지만 진심으로 누군가가 과거로 가 그를 살릴 수 있다면 하는 가정을 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나에게 과거로의 여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느 시기로 가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책에서처럼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시간, 아니면 돌아가신 아빠가 건강하던 시절로 가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려는 생각, 그도 아니면 지금의 남편을 만난 시기로 돌아가 만남 자체를 막아보려는 우스운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런 모든 가정 후 드는 생각은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내 아이들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의 나의 소중한 것들도 같이 바뀔 수밖에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면 또 두려울 뿐이다.

읽는 내내 즐거운 상상과 따스한 감동 그리고 때로는 위트까지 모두 느끼게 해준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그래도 정말 혹시 어딘가엔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실제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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