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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 수용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0년 7월
평점 :
열한 명의 남녀는 이유도 모르고 으슥한 건물로 끌려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들은 모두 악플을 달았던 전적인 있는 사람들로 이곳은 '악플러 수용소'였다.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악플러 수용소.
그곳에 끌려온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열한 명의 남녀들은 너무도 다양하다.
14살 중학생부터 시작해 오십 대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 젊은 직장인, 고시 준비생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사람들은 자신의 분풀이, 스트레스 해소,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을 악플로 표현했다.
특정 연예인에게 사실로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마치 자신이 잘 아는 것처럼 포장해서 댓글을 다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보고 동조하며 비웃는 사람들.
하나의 작은 거짓은 점점 부피를 키워 결국 어마어마한 거짓을 만들며 인터넷상에서 익명으로 누군가를 험하게 찢어놓는다.
언제부턴가 뉴스에서 잊을 만하면 나오는 유명인들의 자살 뉴스. 그 원인이 악플로 인한 우울증이라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됐다.
무심한, 별거 아니라 생각한, 그저 나의 화풀이 대상을 찾지 못해 남긴 댓글 한 줄이 모이면 그렇게 어마어마한 살인 무기가 되어 사람을 찌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배우는 고졸 학력에 장애인 동생을 두고 불우한 가정환경을 가진 예쁜 여자다. 연기도 잘하고 역사의식도 갖춘 그녀지만 인기를 얻어 돈을 많이 벌고, 재벌 남자와 사귀면서 시작된 악플은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악플을 쓴 사람들은 실제 내가 그녀를 때린 것도, 찌른 것도 아니기에 자신은 무죄라고 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절대로 견디지 못한 나약한 사람일 뿐이었다.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가상의 기관을 만들어 펼쳐진 악플러 수용소에서의 이야기는 익명의 인터넷 세상에서의 사람들이 보이는 두 얼굴의 섬뜩한 공포감을 보여준다.
아무리 익명이라지만,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항상 생각하고 어느 정도는 기본 예의는 있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