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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 검은 그림자의 진실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얼마 전, 아니 지금도 우리나라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n번방 사건.
소설 속이라 해도 충격적일 이야기가 실제 일어났고 그 안에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했다.
소설 '상처'는 지금 우리 사회에 이미 너무도 퍼져있는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회고발소설이자 추리소설이다.
주인공 호진은 전직 형사였지만 지금은 알콜중독자에 이혼남인, 일명 인생 실패자의 전형적 표본인 40대 남자다.
그가 일 때문에 가족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날 딸은 사고로 죽었고 아내도 그를 떠나며 그의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다. 그리고 그는 일어날 의지가 전혀 없이 하루하루를 술로만 버티는 무기력한 인간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예전 자신과 같이 일했던 경찰 백과장이 자신의 딸 은애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한다.
주변에 소문 내지 않고 은밀히 찾아야 하는 은애는 소위 말하는 야동 사이트에 등장한다.
호진은 은애의 행방을 쫓기 위해 사이트를 뒤지는데 야동 속 세상은 그야말도 요지경 속 상상초월이다. 그는 얼마간의 고생끝에 결국 그녀를 찾아내지만, 이미 늦었다.
은애가 왜 그런 영상을 찍었는지 왜 그녀가 죽임을 당했는지 밝혀지며 모든 일이 끝났다 생각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그리고 호진은 결국 더한 진실이 있음을 밝히는데 정말로 너무 씁쓸했다.

포르노 천국이라는 불명예,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수도 없이 등장하는 음란물들, 알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조차도 무작위로 쏟아지는 스팸 문자들.
아직 나이 어린 아이들은 일탈로 또는 어두운 유혹에 빠져, 또는 악마에게 걸려들어 영상을 찍고 찍힌다.
그리고 미친 어른들을 돈을 내고 그것을 보며 즐긴다. 이런 곳이 살아있는 지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설에 등장하는 것은 아마도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책은 사회 고발만을 하는 소설은 아니다. 추리 소설이기도 했고 그답게 마지막 반전은 놀랍다.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이 은애를 죽였지만, 결국 그녀를 죽인 건 보이는 모습이 중요했던 사람들 때문이었고 돈 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미친 영상을 보는 어른들 때문이었으리라.
'어쩌면 남녀의 은밀한 행위가 돈을 받고 팔리는 사회,
출세에 인생 전부를 거는 사회를 만든 나 같은 어른들 모두가 공범인지도 모르겠다.'
-p343
부모는 자식을 키우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그러면서 싫었던 내 모습을 지우려고 하고 원하는 내 미래를 아이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아니란 걸 알면서도 매 순간 잊어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한심한 부모는 되지 말자 오늘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