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공장
엘리자베스 맥닐 지음, 박설영 옮김 / B612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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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가게 한구석, 곰보 자국이 얼굴을 가득 덮은 언니 로즈는 인형 옷을 만들고 쇄골이 끊어져 기형적 모양을 하고 있는 아이리스는 인형 얼굴을 그린다.

매일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인형 공장 같은 곳. 하지만 아이리스에겐 이곳을 벗어나 자신만의 진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가난한 여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밤이면 지하에 내려가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런 그녀를 유심히 바라본 남자가 있다.

동물의 뼈를 붙이고 가죽을 벗겨 속을 채워 박제를 하는 사일러스 리드.

그는 모든 생물체를 박제함으로 온전히 자신이 소유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런 사일러스에게 끊어져 독특한 모양의 쇄골을 가진 아이리스는 너무도 아름답고 특별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자신만의 사랑으로 꿈꾸기 시작했지만 잠깐의 실수로 그녀를 화가인 루이에게 소개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루이의 모델이자 뮤즈가 된다.

사일러스가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아이리스. 그럼에도 사일러스의 광적인 집착과 애정은 점점 도를 더해가며 자신만의 아이리스가 되길, 그녀가 자신을 알아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에게 한 줌의 관심도 없는 아이리스는 화가인 루이와 열정적 사랑에 빠지며, 사일러스의 비틀린 사랑은 점점 기괴하게 변해가는데.

                             

비틀린 욕망과 집착을 가진 사일러스를 보면 예전 읽었던 '향수'의 주인공 그르누이가 생각난다.

향으로 영혼을 소유한다고 믿었던 그르누이와 박제를 함으로 진정한 자신의 것이 된다 여겼던 사일러스.

어둑하고 축축한 느낌의 분위기조차도 비슷하다.

기괴하고 무서운 집착의 남자는 타깃을 놓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삶과 그림에 대한 아이리스의 욕망도 그에 못지않았다.

박제를 하는 정밀한 묘사와 묘사 속에 등장하는 냄새는 더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했고 그만큼 읽는 이를 빠져들게 했다. 반면에 눅눅하고 질척거리는 세상 속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그랬기에 이 책은 너무도 매혹적이면서도 발을 어서 빼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이 들었다.

세밀한 주변 묘사는 물론 주인공들의 치밀한 감정 묘사로 읽는 내내 어둑한 지하 구석에 있는 느낌이 들었던 책 '인형공장'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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