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책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대표적 감성 화법의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가 이곳저곳에 기고했던 짧을 글들이 모아 한 권의 책을 냈다.

그랬기에 그중엔 몇 장일 뿐이지만 소설도 있고, 작가의 이야기인 일기도 있고 편지도 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들의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에쿠니 가오리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청아한 문체 그리고 세련된 감성 화법이다.

난 그녀의 세련된 감성 화법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세련된 문장.

말하는 듯 보여주는 이번 책은 기존 소설에서 느낀 것보다 더 작가의 그런 장점들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기분 좋게 그저 거기에서 잠시 잠들어 있을 뿐이다.

그 은밀한 기척, 책들이 만드는 음울함의 깊이, 모든 통로에 그 기척이 가득하니 고요할 수밖에 없다.

종이와 잉크 냄새가 나는, 그립고 그윽한 고요함이다.'

p88

서점에 얌전히 꽂힌 책을 표현한 은밀한 기척, 음울함의 깊이, 그립고 그윽한 고요함.

어쩌면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직접적이지 않지만 읽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나오게 되는.

이래서 다들 에쿠니 가오리에게 빠져드나 보다.

이런 글은 작가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책의 소제목처럼 그녀가 무엇을 쓰고, 무엇을 읽고, 그녀의 주변은 어떤지 말이다.

기록하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은 고요하고 청아한 에쿠니의 글을 만나는 시간이 참 좋았다.

'글자에는 질량이 있어, 글자를 쓰면 내게 그 잘량만큼의 조그만 구멍이 뚫린다.

가령 내가 안녕이라고 쓰면, 안녕이라는 두 글자만큼의 구멍이 내게 뚫려서,

그때껏 닫혀 있던 나의 안쪽이 바깥과 이어진다.'

글을 통해 작가의 세계와 독자가 이어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