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팽 양 이삭줍기 환상문학 3
테오필 고티에 지음, 권유현 옮김 / 열림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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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미적이고 예술지상주의적인 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문제작!' 이라는 출판사 문구.

호기심을 얼마나 동하게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초반 이백 년이나 된 이 프랑스 문제작은 나에게 너무 힘들었다.

상세한 인물과 배경 설명, 감정묘사 그리고 끝도 없이 계속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비유적 표현들. 거기에 서간문 형식까지.

과연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두려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주인공 달베르와 로제타의 심리 변화와 더불어 새로 등장한 진짜 주인공 모팽으로 인해 분위기는 완벽히 뒤바뀌며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애인이 있기를 누구보다 갈망하는 달베르는 여러 여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조건에 부합하는지를 따졌고 아름답고 부유한 미망인 로제타와 연인이 된다. 하지만 그녀와 격정적으로 몸을 섞고 사랑을 나눌수록 애정은 사라져간다. 아니 애초에 그녀를 사랑한적조차 없다.

그럼에도 이미 향락에 물든 습관은 그녀와 헤어짐 이후 혼자인 삶이 두렵기에 헤어질 수도 없다.

여기서 놀라운 건 완벽히 로제타를 속였다 생각했지만 그녀는 그의 마음을 모두 파악하고 있고 그녀 또한 '사랑하지 않은 모든 애인 중 그를 가장 사랑'할 뿐이었다.

사랑하진 않지만 헤어지지 못하는 어중간 한 상황에 테오도르가 나타나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급변하게 된다.

아름다운 로제타가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사람 테오도르. 그녀는 온몸을 내던지며 그를 유혹했었다.

테오도르가 그녀의 집에 몇달 만에 방문하자 달베르와 연인 관계에 있음에도 로제타는 곧바로 테오도르에게 다시금 온 힘을 쏟게 되는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달베르다.

달베르는 연인이 사랑스러운 눈길로 보는 남자에게 질투의 눈이 아닌 사랑을 느끼게 된 거다.

로제트의 관능에는 이미 무감각해졌고 진실한 사랑을 원하던 달베르는 이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며 괴로움에 빠지지만 다행히 테오도르는 남자가 아니었다.

남자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 남장을 하고 이름까지 테오도르로 바꾼 마들렌 드 모팽.

그녀는 남자들 속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한다. 애인과 아내를 두고 건네는 음란하고 추잡한 말들과 몸짓은 남자들에게 일상이었고 이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모팽은 더욱더 남자를 사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모팽은 로제타의 집에 머무르며 스스로가 갈망하던 사랑의 방식대로 그녀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그 결과 로제타는 모팽을 진실로 사랑하게 되고 나중엔 모팽마져 스스로가 남자였으면 싶을 정도로 관능적 욕망에 휩싸이게 된다.

'나는 아직 이름이 없는, 또 다른 제3의 성에 속해 있는 것 같아. 그것이 어느 남성이나 여성보다도 위에 있는지, 밑에 있는지, 혹은 결함이 있는지, 우수한지는 모르겠어. 나는 여성의 육체와 혼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남성의 정신과 힘도 지니고 있어.'

-p506

 

                                

모팽 양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이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 같다.

주인공인 달베르와 모팽이 외적인 아름다움에 무조건적인 집중을 하는 것은 그의 미에 대한 사상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형이상학적인 것을 추구하는 게 아닌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과 쾌락을 추구한다.

이백 년 전 왜 이 책을 파격이라 칭했는지 알 수 있을만한 소재 남장여자. 단지 남장으로 끝내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와 어느 정도의 육체적인 부분까지 갔던 것이 그 당시엔 파격이었을거다.

지금 보기엔 약하지만 구체적인 행위 묘사 부분도 음란물이라는 논란을 주었을 것 같기도 하다.

거기다 세상에 허락받지 못할 여러 사랑의 형태들 또한 그렇다.

마지막까지 모팽이 진심으로 사랑하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녀는 정말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여러 모호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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